우리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 나이는 열일 곱, 선이골에 사는 청소년 일목이다. 이 젊은이는 지금 씨앗 여행중이란다. 이 집은 남자 형제 셋이서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는다. 형제 셋이 농사를 같이 지으면서도 관심사는 제 각각 고유하다. 위에 형은 자연의학, 동생은 짐승 키우기와 문학(시 쓰기) 인데 본인은 곡식 농사와 사진 찍기란다.
그렇게 농사를 지어보니 자신들이 손수 받아서 다시 심는 씨앗은 정말 얼마 없더란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토종 씨앗, 자신의 자손을 다시 대물림할 수 있는 씨앗을 찾아 전국을 찾아다니다 우리 집을 들린 거란다.
새삼 일목이가 대견하다. 이런 친구를 누가 어리다 하겠는가. 일목이네 집에 없는 씨앗 가운데 우리가 줄 수 있는 씨앗을 챙겼다. 우리 집은 대부분 거의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짓는다. 얼추 한 40 가지가 넘을 듯하다. 아내가 손수 그린 5월 달력을 꺼내어, 그 달력에 그려 넣은 씨앗 그림을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챙겨주었다. 주면서도 뿌듯함이란 이럴 때가 아닐까!
그리고는 저녁을 같이 나누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목이가 기타를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때, 연주한번 해 주겠니?”
그러자 흔쾌히 우리 집에 내가 연습하는 기타를 잡는다. 기타를 친 지는 한 이년 쯤 되었단다. 눈을 감고 감정을 살려 연주를 한다. 그렇다.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경쟁에 휘둘리지 않는 아이들은 누군가 부탁을 하면 기꺼이 연주를 한다. 남에 보여주기 위한 연주나 시험을 보기 위한 연주가 아니기에 연주에 주눅 들어 있지 않다. 나는 이게 참 좋다.
사실 내 둘레에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어쩌다 연주를 부탁하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 사양을 한다. ‘손이 안 풀렸다는 둥, 분위기가 아니라는 둥’. 그럴 때면 아쉽다.
음악은 남에게 들려주기 전에 먼저 스스로 즐기는 게 아닌가. 또 좀 부족하면 어떤가. 자신의 감정을 살려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게다가 이렇게 다른 누군가가 연주를 부탁하면 기꺼이 그 부탁을 들어준다면 이 역시 기쁨이 아니겠나. 게다가 형제들이 자신들의 글과 사진을 묵어, 소식지도 발행하여 지인들과 나눈단다.
자신이 배운 걸 보란 듯이 자랑할 필요야 없지만 몸으로 익힌 걸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성장이야말로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져야 풍요로운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걸 기꺼이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 거니까.
'살아가는 이야기 > 아이들은 자연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영서를 통한 인연 - 12월 파파로 봉화모임 (0) | 2010.12.26 |
|---|---|
| 서로를 나누는 만남, 산돌 학생들의 삼인행 (0) | 2010.12.20 |
| 그득그득 넘친 홈스쿨링 심포지엄 (0) | 2010.12.06 |
| <배움의 일관성> (0) | 2010.11.10 |
| [스크랩] 나 같은 딸?! (0) | 2010.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