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에서 양 옆에 두 딸을 꽉 껴안고 누워 콩이니 팥이니 수다를 떨다가 문득 발견한 글귀.
어쨌든 결혼을 해라.
좋은 아내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나쁜 아내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 소크라테스
두 딸이 그 글을 보더니 오빠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문자를 보냈다.
덩달아 나도 문자를 보냈다.
<이제부터 아빠를 철학자로 열심히 키워볼께!> 하고.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그 말이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어 새삼 많은 남편들이 떠올랐다.
지금 행복할까? 아니면 철학을 하고 있을까?
또 내 남편은 ? 행복? 철학? ㅋㅋ
그러다 수다의 나뭇가지는 결혼이라는 것으로 뻗어갔고
양 옆에 있는 두 딸에게 물었다.
"너희는 결혼을 하고 싶어? 어떤 남편을 맞고 싶어?"
좀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대뜸 한다는 말이
"결혼해서 나 같은 딸을 낳고 싶어!" 한다.
두 딸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다는 말이다.
아니, 어떤 남편에 대한 대답은 없고 '나 같은 딸'이라니.....
그러니까 아이들은 '나 같은 딸'을 낳기 위해 결혼을 꼭 하고 싶다는 거다.
"아니 너희는 너희 자신이 그렇게 맘에 들어? 웬 자신감?" 했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응! 나 같은 딸이면 너무 좋을 것 같애~!!" 한다.
"어떤 점이?"
"으음..... 전부 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깔깔거리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지금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서 나도 좋다는 사실.
뭐가? 글쎄 뭐 딱히 꼭 집어 이유가 있나 싶다.
그냥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서 그렇고
늘, 아이들 '때문에'가 아니라 아이들 '덕분에' 사는 느낌이니 그렇지 않나 싶다.
수다를 떨다 발견한 아이들의 충만한 자존감이 참 기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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