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솟아나는 글쓰기

일석삼사조, 낙엽 모으기

빛숨 2008. 11. 13. 15:02

오늘은 수학능력시험 보는 날. 원래 우리 식구는 오늘 도시에 볼 일이 있어 나갈 계획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날이다. 우리 볼 일이란 꼭 오늘이 아니어도 된다. 아내가 그런다.

“수능 날이라 복잡할 텐데 우리까지 복잡하게 할 거 있어요.”

 

다음에 나가기로 하고 낙엽을 모으기로 했다. 큰 길에는 떡갈나무 잎이 수북하다. 길 옆에 나무는 많고, 시골이라 도로 청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낙엽은 우리로서는 소중한 퇴비 재료가 된다. 마르지 않는 풀을 모아보았지만 막상 풀이 말라버리면 거의 흔적조차 안 남는다. 이렇게 바싹 마른 낙엽은 퇴비를 띄워도 좋고, 밭에 멀칭을 해도 좋다.

 

큰 포대와 갈퀴를 가지고 길로 나섰다. 가니 윗동네 현빈이네도 낙엽을 모으고 있다. 두 집이 거두고도 남을 만큼 낙엽이 많다. 그동안 퇴비를 띄울 때 낙엽은 낙엽송 낙엽과 떡갈나무 잎을 반반으로 그리고 왕겨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떡갈나무 잎으로 많이 하게 되었다. 마을 분들 이야기가 재미있다.

“솔잎으로 퇴비를 만들면 곡식이 마르고 참나무 잎으로 하면 곡식도 살이 쪄.”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양분이 더 많다는 소리인가. 가는 침엽수 잎보다 넓은 활엽수 잎을 보니 왠지 그럴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낙엽송 낙엽을 모으는 것보다 한결 재미있다.

 

낙엽을 갈퀴로 끌어 모으는 데 도토리가 보인다. 이게 웬 떡이냐! 낙엽에 가려 아무도 보지 못한 도토리. 다람쥐마저 버려둔 양식. 제법 굵다. 갈퀴를 당길 때마다 한 두알 씩 보인다. 보인 족족 호주머니에 넣었다.

  

길에 뒹구는 낙엽을 다 모으고 나서 이번에는 농수로에 있는 낙엽을 모았다. 농수로는 두 자 정도 되는 폭이라 낙엽을 모으기가 아주 좋다. 여기 낙엽은 봄이면 사람들이 일부러 치워주어야 하는 일거리다. 봄에 농사를 짓자면 이 수로로 물이 흘러야 한다. 그러니 낙엽이 거추장한 일거리가 된다.

 

이렇게 낙엽을 모으다 보니 우리가 하는 일이 제법 많다. 도랑치고 가재 잡듯이 낙엽 얻고 길 청소했다. 여기에다 농수로 청소까지 했으니 일석삼조다. 하나 둘 주운 도토리를 다 모으니 한 그릇은 된다. 묵을 쑬 수 있으니 일석사조다.

 

그리고도 하나 더 있다. 늦가을 햇살이 너무나 따사롭다.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는 속담이 있다. 그 뜻이야 며느리보다 제 딸을 더 아낀다는 말이지만 속담 자체에 과학이 담겨있다.

 

봄볕은 가을에 견주어 일사량도 많은데다가 자외선 수치도 훨씬 높다. 그리고 느낌도 따가운 편이다. 반면에 가을볕은 부드럽고 따사로워 적당히 쬐이면 피부건강에 좋단다. 이렇게 과학 이론으로 따지기 전에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을 피부가 받으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다. 햇살 마사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니 딸 며느리 구분 말고 가을 햇살을 즐기는 게 좋겠다. 하여 일석오조가 되는가.

 

올 수험생들은 따사로운 햇살로 하늘의 복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