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솟아나는 글쓰기

우리 논 파수꾼, 거미

모두 빛 2008. 7. 24. 12:52

 

  

하나 둘 올라오는

논에 벼이삭.


그 어디선가 거미도 하나 둘 나타난다.

줄을 치고

먹이를 노린다.


논에 먹을 게 그만큼 많아진다는 소리.


어디보자.

저기 벼 잎 뒤에

쌀알만한 풀빛 메뚜기

몸을 웅크리고 둘레를 살핀다.


보름 전쯤부터

잠자리도 여기저기서 날개돋음을 해서인지

곧잘 논에 보인다.


거미가 노리는 게

어디 메뚜기, 잠자리만이겠는가.

벼를 노리는 모든 벌레가

다 먹이가 되리라.


벼멸구, 이화명충나방, 벼잎굴파리 애벌레, 노린재...

벼이삭이 패어날수록

벌레도 많아지고

덩달아 거미도 왕성하다.


벼 잎 하나 그 끝을

돌돌 말아 집을 짓고

하얗게 까둔 거미 알.


거미 새끼가 깨어날 무렵

벼도 잘 익어가리니.


우리 벼

사람 생명을 지켜주는 파수꾼

거미.    (2008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