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여럿이 우르르, 성격도 제 각각

모두 빛 2008. 1. 20. 11:34
 

 

일주일에 한번 에니어그램을 공부한다고 여럿 이웃이랑 어울린다. 에니어그램은 성격을 아홉 가지로 나눈다. 나는 이런 분류법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함께 하고 있다.

 

첫 모임, 공부가 끝나고 밥 먹는 시간. 사람이 많다 보니 먹고 치우는 모습도 가지가지다. 밥은 모임을 처음 꾸린 사람이 하고, 반찬은 각 가정에서 하나씩 가져오기로 했다. 김치, 김, 고등어조림, 메밀묵 국, 뼛국.

 

공부할 때는 어른만 하지만 먹을 때는 아이들도 끼었다. 어른 아이 다 하니 20명 남짓. 나는 아이들 곁에서 먹었다. 생선 먼저. 그 다음 김. 밥 한 그릇 뚝딱.

“밥 더 주세요.”

“밥솥에 있으니 알아서 퍼 가.”

 

우르르 밥솥으로 달려가 한 그릇씩 퍼온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묵 국이나 뼛국은 잘 안 먹는다. 대신에 어른들이 아직 덜 먹은 생선과 김을 바꾸었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좀더 멀리 원정을 가서 김을 집어온다. 어찌 보면 버릇이 없다 싶을 만큼.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았는지... 

 

밥을 먹고는 앞장서 설거지 하는 사람이 있고, 밥상을 거의 다 치우도록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더 가관은 모임에 늦은 사람이 밥도 늦게 먹고, 나중에는 집에 개한테 짠밥을 거두어준다고 또 챙긴다.

 

그런데 그런 이웃을 사람들은 이해한다. 그러려니. 십년 가까이 이웃으로 살다보니 많이 익숙해진 거다. 이웃들이 얄미워할 만도 한데 본인은 전혀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면박을 주면 웃고 만다.

 

나는 이렇게 수십 명이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기가 겁이 난다. 나 말고 앞장서는 사람이 있으니 뒤로 물러난다. 밥상 뒤 정리와 바닥 쓸기를 몇 사람과 함께 했다.

 

성격 유형이 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나름 재미있다. 자신의 세계에만 탐닉해서 다른 사람을 생각지 않는 사람. 먼저 일어서 일을 해야 편한 사람.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적당히 일을 하는 사람. 아예 집 밖으로 나가 조용히 담배를 피며 산책을 하는 사람, 왁자지껄 먹을 때 단식한다고 뒤쪽으로 물러나 조용히 명상하는 사람...음식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게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