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호호님네 블로그를 따라하는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행복>이란 단어가 나왔다.
행복이라.....
그 단어를 생각하니 우리 식구들이 복작거리며, 때로는 티격태격 거리지만 그래도 정겹게 사는 모양새가떠올랐다. 아, 나는 지금 행복하구나... 했다.
아이들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이렇게 행복이란 단어 앞에서 온가족 얼굴들을 다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나. 나 너무 행복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더랬다.
그러다 내가 이런 가정의 일원으로 행복감에 젖어 있을 수 있는 건 어쨌든 지금의 남편과 가정을 이룬 것이 바탕이구나. 아이들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난 이미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니,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서 비로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아이들 보다 남편이 우선이다 싶었다. 행복이란 단어 다음에 남편이란 단어가 나오자 아이들이 우~~~~ 하면서 놀렸다.
얼레리 꼴레리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들이 아닌 남편이란 것에 샘이 나는 분위기도 있었다. 너희들 얼굴이 다 떠올랐지만 그래도 아빠가 아니었다면 어찌 너희들이 태어났겠느냐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게 아이들의 맘 속에 깊이 남았던가 보다.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니고, 아빠가 우리 아빠가 아니라면 난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자꾸 했다.
만약에 엄마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면?
만약에 아빠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면?
그런 상상을 마구마구 하다가 결국은 지금의 때리아와 졸졸졸이 나의 엄마와 아빠라는 사실에 만족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ㅎㅎㅎ 그럼 그렇지. 너희들은 어쩔 수 없는 내 자식들이여~~~
그러다 '행복'이란 단어로 각자 또 연상들을 해 본 모양이다.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
란이가 나에게 슬며시 오더니 사분사분 말했다.
"엄마, 내가~ 행복이란 단어로 생각을 좀 해 봤어~.
행복이라 하니까~ 나는 추운 겨울날, 온가족이 마루에 모여 앉아~, 눈이 내리는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밖을 보면서~, 우린 금방 찐 고구마를 먹고 있는 거야~.
근데 거기서 더 중요한 건~, 그 찐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으면서~, 엄마랑 아빠는 방귀를 뽀오옹~ 뿌우웅~ 뀌는 게 떠오르지 않겠어?!"
"윽! 웬 방귀가 떠올라?"
"흐흐흐 몰라~~~. 방귀를 뿡뿡 뀌면 더 좋을 것 같애! 크하하하...."
란이의 행복은 방귀에 있었다?
처음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엉뚱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게 그냥 엉뚱한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방귀를 편히 뀔 수 있는 사람.
뿡 하고 큰 소리로 방귀를 뀌어도 부끄럽지 않고 흉 보지 않으며, 헤헤거리며 서로 웃을 수 있는 사람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어쩌면 란이는 그런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마음을 행복이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방귀를 편히 뿡뿡 뀌면서 고구마를 함께 먹다.'
아마도 방귀를 한번 뀔 때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히히히 거릴 테다.
니 방귀가 더 고약하다느니 내 방귀가 더 큰소리로 나온다느니 쓰잘데 없는 말다툼을 하며 서로 툭툭 건드릴 수도 있겠다.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아이들도 함께 낄낄거리며 웃고 있을 수 있겠다. 방귀 한번 뀔 때마다 웃음의 도가니탕 속으로 빠져들 수가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이러쿵 저러쿵 요란하지 않은 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그려낸 란이.
가끔 아이들의 그 간단명료한 표현이 참 부럽다.
우리 아이들도 방귀를 뿡뿡 뀌면서 함께 고구마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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