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스크랩] 사랑한다.

모두 빛 2007. 6. 25. 12:30
 

어제.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2년 만에 처음.. 아이를 학교너머의 캠프에 보냈다.

혼자서 버스를 타고 대구로 대구에서  군위로~ 3박 4일의 여정.

오늘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안의 아이는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전화를 하는 듯 했다.

새로운 곳을 스스로 찾아 가고

아이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생님. 언니 오빠.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다.

 

분명.

학교에서 소풍이니 체험학습을 이유로 스쿨버스를 안에서  다리 곧게 세우고

철저한 규율과 계획으로.. 집에 돌아오면 지쳐 짜증부터 내던 아이와는 달랐다.



2년 동안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왜 아이가 학교에 안가요?

너는 왜 홈스쿨링을 시작했니?

누가 물을까 겁이 났고 좀 더 근사한 기승전결로 풀어서 이야기를 해 줄 능력도 없었다.

학교 밖 아이들의 이야기나 부모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경이롭기까지 했었다.

나는 특별한 교육 철학도..

아이는.. 나의 없는 철학에 뭔가가 스며들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우린..그냥...그래야 할 것 같아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아이와 엄마였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에 철저한 욕심많은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집 근처 초등학교를 마다하고 사립 초등학교에 지원서를 내고

그것도  경쟁 뚫어 제발 붙게 해 달라  기도하고

그렇게  대단한 학교에 일명 당선 되어 지극정성 보낸 3년간의 자부심이란...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그땐 그랬다.

어디를 가나 단단하고 똑똑한  아이의 엄마로서

넘치는 칭찬에 익숙하고..

아이가 결석을 해도 생활 통지표엔 학기 중  개근이라는

당시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자체였다..

그렇게..  특권 아닌 특권은 나에게나 아이에게나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어느 날.

늘 그랬듯.아침 7시 30분에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하교 후 학원 찾아 다니고...

그리고  집에 들어오니  저녁 9시.

아이의 책가방 학원가방 준비물 가방을 몽땅 들고 .. 차안에 지쳐 잠든 10살 아이를 깨우면서..

며칠 내내 기운 없이 말 한마디 신나게 풀지 않던 아이에게  

짜증 이상의 무언가가 갑자기 복 받쳐 올라왔다..

아이는.. 어깨가 내려 앉는 걸로..동공이 살짝 풀린 듯한 피곤함으로 ..

표현 서투른 10살의 힘겨움을 보여 주었고

나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가슴을 쳐야만 했다.

 

무엇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지....

내 머리통을 난도질 하면서 시작한.. 무엇때문에?..라는 질문이 한없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풀리지 않는.. 하지만 풀어야만 하는 고민은 ..

..그래 ~어쩔 수 없지~ 남들 다 하는 건데..라며..

그나마 방책으로  학원도 줄여 보고 신나는 놀이 학습을 유도 해보았다..

하지만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쉽게 엷어 지지않았다.

그럼..이런 마음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걸까?

지금 상태로라면..고등학생이 되어 졸업할 때까지..아니 그 이상 더...많은 시간을

그리 살아갈 수 도 있는 노릇이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조건..이건 아니다. 라는 결론 먼저 내고 생각을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언어로 글로 표현 서투른 10살의  아이에게

넌..행복하니..라고 물었을 때

최소한...뭐가 행복하냐 묻는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서는 안되는거였다.

나까지 아이를 괴롭힐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어느새  용기를 내고 있었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 상황을 탈출 할 용기.

홈스쿨링..

나에겐 옛날 말로.. 담방약으로 다가왔다.



아이에게 물었다.

혹시..학교 말고 집에서 공부할래?

집에서 공부하고 엄마랑 놀러도 다니고

실컷 늦잠도 자고 너 좋아하는 책도 마음대로 읽고

어때? 

그렇게 공부하는 걸 홈스쿨링 이라고 하는데 관심 있으면 검색해봐~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이를 유도 하고 싶었다

어쩌면..아이가 자라 학교를 그만 둔 것에  대한 원망을 나에게 넘길까봐..

미리 연막을 쳤던 건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아이는 무조건 좋다고 했다.


우린 이렇게 홈스쿨링을 시작하였다.

참 어이없지만 정말 간결한 결론으로 모든 게 뒤집어 지는 순간 이였다.

나의 의지가 아이에게 스며들고 아이의 의지가 아빠에게 스며들었다.

아이아빠를 설득 하는 건 아이가 맡았다.

남편은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믿어 주는 사람이기에

아이와 함께 아빠 를 세뇌 ^^ 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유예가 확정 될 때까지.. 절반씩 나뉜 애아빠의 마음을 돌린 건.

아이의 의지 단단한 말이었다.

"아빠~! 홈스쿨링을 알려 준 건 엄마지만 결정은 제가 한거예요~절 믿어 보세요 ~"

기특했다...

 

얼마 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왜 그때.. 엄마 말에 흔쾌히 오케이 한거야?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은 충격 이었다.

유학을 안갈거면 ( 유학원을 통해 연수를 보내려다 어긋난 일이 있었다..)

홈스쿨링 하면서 대학도 일찍 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빨리 하고 싶은 일을 시작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게다가..절반은 ..홈스쿨링이란 단어가 멋져 보여서 그랬다나~


아이에게 대학을 가는 게 꿈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알려준 건 분명 나였을 것이다.

이미 박혀 버린 아이의 생각을 달리 설명 하는 건 포기했다.

그게 방법이든 아니든  이건 아이가 알아서 생각 할 문제로 두기로 했다.

홈스쿨링이란 단어가 멋져 보였다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넘겼다

어릴 적 다이제스티브라는 비스켓 이름이 너무 멋져 보여 입맛에 맞지도 않았던

그 비스켓을 수도 없이 사 먹었던 나의 기억이 있으니..


만약..

이 길을 모른 척 지나쳤다면 어떠했을까.

아이들 말로..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김기사로 .. 학원 앞에서 끝나기만  기다리며 ..

시험 본 날은 어김없이 선생님과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틀린 문제 체크하며.

매 주 그놈의 체험학습 보고서를 이유로

취미에도 없는 박물관을 다리 빠지게 돌아 다니면서.

아이도 나도..그 모든 게 정상이라 생각하며,,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곪아가고 있다는 것 조차..

아이도 나도 모른 채 ..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꿈을 꾸는 아이로 변했다

학교 다닐 적 아이는.. 장래희망을 .. 우주 비행사라 적었던 적이 있었다,

꽤나 멋진 장래 희망을 써 내는 아이에게 .. 왜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 ?  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대답은...간단했다....그냥~....

그런데 지금은. 하고 싶은 일도 변하고 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고맙게도 공부도 열심히 해준다.

1년을 줄창 책만 끼고 살더니 요즘은 꽤 학습 진도도 알아서 처리하고..

하지만  지금도 영어는 싫다 한다.

학교 다닐 때에 영어를 잘하고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것도 착각이었다.

학교 시험에서 틀리면 반장이 영어도 못해? 그 소리가 싫어 

죄다 외워서 시험을 보았었다고 실토를 했다~ 이런.. 


홈스쿨링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이 뭐냐 물었다.

다른 친구들 학교 갈 때 늦잠 잘 수 있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고

게임도 많이 할 수 있고

평일 날 놀러도 많이 갈 수 있어서 좋다한다.

딱 제 나이만큼의 대답이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는 알려나..

조물조물 뱉어내는 말들이 마치 참깨 볶는 소리처럼 톡톡 고소한 소리를 낸 다는 걸.

 

지금 쯤.

캠프에서 새벽 수다를 떨며 입을 헤~ 벌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적어 본 이야기들.

 

 

지난 2년 사이..

아이의 가슴에는 새롭게 발아된 씨앗이 쑥 쑥 자라고 있다.

스스로 물을 주고.. 가지도 치고.. 저 알아서 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또 하나의 씨앗을 가슴에 담아서 심을 준비를 하고 있을 아이..

 

비 맞지 말고 꽁꽁 잘 싸오길 바랄 뿐이다. 

 

 

 

출처 : 테디베어의 ~ing
글쓴이 : 호호아줌마 원글보기
메모 : ㅎㅎㅎ 고해성사 치고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참깨 볶는 소리처럼 톡톡 고소한 소리' ㅋㅋㅋ 담아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