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시골촌놈? 도시촌놈!!! ( 상상이네 다녀와서... ) (김동영 글)

모두 빛 2007. 6. 11. 22:03
상상이네 집에 다녀온 지 1년 만에 다시 상상이네 모내기 하러 갔다. 도시촌놈인 나에게는 시골이 잘 적응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지병, 알레르기 때문에 감기 걸리고, 코가 막혀 밤에 잠 잘 때 입 헤~ 벌리고 자고,숙면을 못하니 피곤하고...ㅠ.ㅠ 맨발로 다니는 시골 아이들이 나로써는 신기해 흉내(?)내보려 맨발로 다녀 봤는데, 울퉁불퉁한 시골 땅이 도시의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와는 천지차이였다. 내 발...... 거기다 풀독까지 올라 온몸이 근질근질,수난의 연속이었다. 매캐한 도시 공기, 더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다, 갑자기 깨~끗하고 순한 자연과 가까이 생활하니, 내 몸이 적응을 못해서 말을 안 듣는 거다……

모내기 할 때 처음의 그 느낌이란!!!! 으~ 푸욱 빠지는 발, 뭔가 이상한 물속에서의 느낌!
그렇지만 적응되고 나서 내가 하도 잘 돌아다녀 사람들 옷에 물이 조금 튀었던 생각이 난다. 논 흙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도저히 이 도시촌놈의 코로는 아무리 들이대도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원래 냄새나 맛에 민감한 나인데 지병 알레르기 비염이 도져 코막힘 때문에 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논에서 물방개 수컷이 알을 등에 지고 가는 것도 보고, 듬직한(?) 물장군도 보았다. 갈수록 실력이 늘어 마지막 날에는 1시간도 안되어 논 하나를 다 매워 버렸던 기억이…… 뿌듯하고 흐뭇했다. 또,모내기를 하며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동화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모내기 하는 방법도 꽤 복잡했다. 모를 판처럼 직사각형으로 키운 다음, 뿌리째 뽑아 모춤을 만든다. 그걸 논에다 던져 놓고, 하나하나 풀러 조금씩 뜯어가며 모를 논에다 박는데, 이때 사람의 사랑으로 모를 정성스럽게 박아야 모가 훨~ 잘 자란다고 한다. 나는 아저씨의 말씀을 듣고 정성을 다해 심었다.  

자뻑에 대한 토론도 재미있었다. 자뻑은 생활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거 말이다. 자뻑이 없으면 우리 생활은 우울해지고, 늘 기분이 나쁠 것이다. 또, 남뻑은 남을 칭찬해주는 것인데, 사람들끼리의 교류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난 학교 다닐 때 남의 일에 자주 참견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참견이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일을 지적하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잘못된 점보다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칭찬해주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점차 변해가는 나의 성격을 보며, 내 몸도 마음도 자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키가 커 버린 듯 하지만,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고 하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남뻑 시간에 난 눈이 크고, (그런데 도대체 눈이 크면 뭐가 좋다는 거지?) 손도 크고, 귀엽(?)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징그러운 애교를 부렸더니 아주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키가 커서 부럽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남뻑과 자뻑, 이것은 희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골에서 먹는 밥 맛, 모내고 나서 먹는 밥 맛은 도시에서 먹는 밥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각자 정성으로 싸 온 반찬을 내 놓으니, 십시일반이라고, 3일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누나, 형들!! 반찬 맛있었어~ 그리고 오징어채 도대체 누가 싸 온 거야? 넘 맛있었어! 평소에도 밥을 느리게 먹고, 먹기 싫어하는 나에게 시골에서 모내기하고 먹는 밥은 어땠을까? 반찬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내가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이것도 자뻑이지? ㅋㅋ 마지막 날 장영란 아줌마가 가져가라고 주신 상추,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에 먹었는데 어찌나 부드럽던지! 아줌마! 감사합니다!!! 특혜를 주셔서……

연애! 난 해보지 않았지만, 멋질 거 같다.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또 있을까? 흠! 난 ‘연애인’ 이라는 말을 창조했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연애라는 말을 알게 된 뒤로, ‘연애인? 아닌가? 연예인인가?’라고 생각했다. 연애인! 멋지고 아름다운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 사전엔 없다. 나도 연애 한번 해 보고 싶다.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대부분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심각한 분위기인 듯? 그런데 연애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랑이란 건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백 번도 더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것이란다. 이러니 어찌 사랑, 연애가 쉬울 수 있을까? 그런데 진짜 연애 경험은 아닌데 나에게 작은 연애사건이 있었다. 학교너머 캠프에서 한때 내가 ㅇㅇ를 좋아한다는(?)소문이 퍼졌었다. 어떤 여자애가 퍼트린 거다. 처음부터 내 생김새를 가지고 놀리던 기분 나쁜 아이였다. 그런데 ㅇㅇ동생에게 친절히 대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느니 하면서
ㅇㅇ을 계속 놀렸다고 한다. 나는 ㅇㅇ동생이 귀여워서 잘해주고 그런건데… 나는 맘에 상처는 없었지만 ㅇㅇ동생이 상처 많이 받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감정이 없으면 마는 거지 상처를 받을 건 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에 걸려 채팅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래서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꼭 연애의 감정만 있으란 법 있나. 우정도 있지.

캠프에 온 7명 중, 2명만 가고 나머지가 하루를 더 묵었다. 그날 밤 노래방에 갔는데, 민지민 누나!!! 노래를 안 부른다……ㅋㅋ 나도 이제 노래방 가는 데 맛 들었다. 내 변성기 빨랑 끝났으면…… 좀 멋있는 목소리로 노래 한 곡조 뽑고 말이다. 어? 또 자뻑에 취했군……
노래방 재밌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많이 풍겼다. 다들 너무 친절하고 착해서, 내 생애 최고의 캠프였고 특히, 나쵸 형이 선보인 장기자랑도 인상 깊었다.나쵸 형은 우리들에게 마술을 보여주었는데 진짜 감쪽같아서 원리를 알게 된 다음에는 마술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술사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나쵸 형! 다음 캠프 때 더 멋진 마술 부탁해!!!

도시에 사는 도시촌놈아!
시골이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냐?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 시골에 사는 것은 또 하나의 혜택이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시골촌놈이라 부르면 안 되겠다.
시골에 사는 자연인아! 우리 도시 촌놈을 불쌍히 여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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