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뜨거운 글쓰기’(그룹 홈스쿨링, 대가족)

모두 빛 2007. 7. 13. 07:00

 

 

우리 식구와 이웃인 현빈이네 식구가 함께 모임을 한다. 한달에 두 번 글쓰기 모임. 예전에는 어른 따로 아이들 따로 하다가 이제는 어른 아이가 함께 한다. 지난번 첫 째 모임에는 아이들이 글을 먼저 발표하고는
“저희는 이제 놀아도 되지요?”

어른이 쓴 글도 아이들이 봐준다면 좋지만 그게 욕심대로 안 된다. 아이들은 놀고 어른 글은 어른들끼리만 서로 발표하고 검토했었다.
어제는 그 두 번째 모임. 탱이는 그림 공부를 하러 산청에 갔기에 우리 식구는 셋만 참여했다. 하루 일을 끝내고 현빈이네 가니 경미씨가 저녁 준비를 거의 다 했다. 분홍감자에 호박부침개. 조촐하지만 넉넉하고 푸짐한 저녁이다.

“이번 모임에는 어른이 발표를 먼저 하면 어떨까? 그래야 아이들도 끝까지 함께 하잖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럼, 이러면 어떨까? 어른 한 번, 어린이 한 번?”
“좋아요”

내가 먼저 하고 싶다 했다. 나는 ‘내가 쓸모 있음’에 대해 썼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다 좋다 한다. 어른들에게서는 몇 가지 조언을 들었다.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인터넷 댓글도 좋지만 ‘말로 하는 댓글(댓말?)’은 더 좋다. 그 다음은 현빈이 발표.

현빈이는 어미 고양이에 대해 썼다. 이 놈이 새끼를 네 마리나 낳더니 자꾸 말썽을 부린다는 거다. 싱크대도 올라오고, 가끔 멸치 봉지도 찢어놓는단다. 아주 생생하게 잘 쓴 글이다. 발표를 하고는 일어서더니 가슴을 딱 펴고, 칭찬도 조언도 다 해 달란다. 현빈이는 무척 달라지고 있다. 지난번 글쓰기와 달리 너무나 자신만만하다. 글도 발표도 조언도 다 받아들이겠다는 자세.

그 다음은 물 흐르듯 한 사람씩 발표를 하고 칭찬과 조언을 나누었다. 아내는 시를 발표. 채연이는 아이들과 숨바꼭질 놀이에 대해. 경미씨는 자신들이 김치와 산야초를 팔고 싶은데 이를 위한 광고문안을 짠 거라며 봐 달라고 한다.

그러다가 상상이가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조금 무겁고 진지하다. 제목이 “나와 현빈이와 관계‘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며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죽 썼다. 작은 제목들이 나이 차이, 대장 역할, 따돌림, 놀림...상상이 글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 골자는 현빈이가 동생 채연(9)에게 좀 더 잘 해주면 어떠냐는 거다. 그랬더니 현빈이도 채연이도 할 말이 많았나 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현빈이가 할 말이 많았다. 그러자 중간에 채연이가
“나도 이야기 좀 하자” 그랬더니 현빈이
“나, 아직 안 끝났어!”

다른 사람이 뚫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다. 저렇게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데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 입을 막지 않았나 싶다. 일곱 시부터 시작한 모임이 어느 듯 아홉시가 훌쩍 넘어간다.

자기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상상이 글과 현빈이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할 말이 많은 거다. 누구나 비슷한 갈등이 있고, 또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으며 서로에 대해 애정도 있다. 채연이도 어른들도 다들 한 두 마디만 해도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많은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자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창호씨 발표. 주제는 ‘하나됨’. 짧은 글인데 개념이 많아 현빈이가
“무슨 종교이야기 같아요(웃음)”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제 놀고 싶어 한다. 놀라고 허락을 하기 전에 아내가
“얘들아, 오늘 모임은 어땠어?” 상상이는
“좋았어요.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현빈이는
“음, 오늘은 골고루 다 있었네요. 글도 시도 광고도 종교도(웃음). 전번보다 색달라서 좋았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현빈이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눈을 맞춘다. 현빈이 평가를 듣고 보니 이번 글쓰기 모임에서는 전원이 다 글을 썼고, 다 발표를 했다. 이제까지는 몇 몇 사람은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쓰지 않고 발표를 듣기만 했었다. 아내는 바쁘다는 핑계로, 창호씨는 글쓰기가 어렵다고, 경미씨는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된다고, 나는 게을러서...

그런데 이번에는 기록을 새운 거다. 나누고 싶은 글이 이제는 모두의 가슴에 자라고 있는 게 아닐까. 이웃 간이지만 벽을 조금씩 허물고 서로 마음으로 녹아든다. 교육적으로 말하자면 그룹 홈스쿨링이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보자면 서서히 대가족이 되는 셈이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자기 마음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거다.

그 열기가 모이니 따끈따끈하다 못해 뜨거워지고 있는 글쓰기 모임. 다음에는 어떤 분위기가 될까. 벌써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이 모임을 조금씩 확대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