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논밭과 집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얻은 과일들이다. 포도와 대추는 며칠 전부터 익어서 먹기 시작했다. 대추는 보통 말려서 약으로 쓴다. 근데 풋과일 일 때 단맛이 참 좋다. 식감도 아삭아삭하니 과일 그 자체다. 포도는 어린 나무 한 그루에서 열 송이쯤 달려 맛나게 먹고 있다.
배는 아직 좀 이르기는 하지만 벌레가 먹어 먼저 떨어지는 놈들이 가끔 있다. 달고 시원하니 초가을 한낮에 당기는 과일이다.
밤도 올밤은 영글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초가을 과일은 막 익었을 때 맛이 특별하다. 밤은 겉껍질 안에 다시 속껍질이 있는데 이 속껍질은 막 익었을 때는 벗기기가 쉽다. 알맹이를 살짝 감싸고 있는 태반 비슷하여 슬슬 문질러도 벗겨진다.
호두는 아차 하는가 싶으면 제 스스로 과육을 벌리고 땅으로 떨어진다. 제때 거두지 않으면 청설모 차지다. 호두는 조금 말렸다가 먹어야 속살이 잘 분리가 된다.
감은 아직 이르다. 다만 벌레가 먹어 먼저 떨어지는 녀석들이 붉게 홍시가 된다. 이럴 때는 벌레가 고맙다.
복숭아는 여름 과일이지만 늦복숭아는 초가을에도 나온다. 다른 과일에 밀리지만 뜨거운 한낮에는 그 나름 맛이 깊다.
이렇게 일곱 가지 과일은 우리가 농사지어 거두는 과일이다. 근데 이 맘 때 자연에서 저절로 자라, 열리는 과일이 있으니 바로 으름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작은 바나나처럼 생겼다. 이제 막 익어 벌어지기 시작한다. 맛은 달달하다. 대신에 씨앗에는 쓴 맛이 도는 독이 있어 씹지 않고 그냥 삼키거나 뱉어낸다.
이런저런 과일을 다 모아, 접시 하나에 담으니 정말 풍성하다. 자연이 주시는, 조상님들이 은혜가 깃든 그런 과일들이다. 제사상을 굳이 비싼 돈 들여 따로 차리기 보다는 이렇게 집둘레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형편껏 소박하게 차리면 좋겠다.
옛날에는 가난했기에 제사가 큰일이었다. 보통 때는 제대로 먹지 못하더라도 제사만은 지극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렸다. 하지만 지금 시절에는 물질적인 가난보다는 마음이 가난한 게 더 문제겠다. 제사는 소박하게 지내되 마음이 넉넉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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