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태풍과 직파 벼

모두 빛 2014. 8. 3. 19:30

 

태풍 나크리가 지나갔다. 여기는 태풍 중심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지만 어젯밤 비바람이 굉장했다. 집 둘레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논밭을 둘러본다. 옥수수가 몇 그루 눕고, 참깨가 조금 쓰러졌다. 키가 큰 수수가 가장 많이 드러누웠다. 그 외 밭작물은 그런 대로 잘 견뎠다.

 

벼는? 그것도 직파 벼는 어떤가? 태풍에 약하다는 직파.

 

올해 직파를 하면서 마음에 둔 것 가운데 하나가 태풍에 대한 대비다. 기계로 직파를 하지 않는 한, 흩뿌림 직파만으로는 볍씨를 어느 정도 땅 속 깊이 묻을 수가 없다. 그러니 태풍을 대비하는 건 평소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물 떼기다. 그것도 그냥 물 떼기가 아니라 강한 물 떼기. 논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그 결과를 이번 태풍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 논은 세 다랑이로 되어있다. 맨 위 논은 물 떼기가 쉽다. 논으로 들어오는 물꼬만 막으면 바로 논이 말라버린다.

 

근데 아래 논 두 다랑이는 윗논에서 스며드는 물 때문에 논을 말리기가 쉽지 않다. 윗논이 쩍쩍 갈라져도 아랫논은 논두렁 쪽만 마르고 논 뒤 쪽은 질퍽한 상태가 된다.

 

강한 비바람이 지나고도 윗논은 거짓말처럼 말짱하다. 근데 아랫논을 제대로 마르지 않는 곳에 벼들이 사진에 보듯이 드문드문 누웠다.

 

물 떼기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봄에 미리 아랫논에도 갈개를 두어 강한 물 떼기를 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두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