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 배추 심을 준비를 틈틈이 한다. 먼저 거름 내기. 우리는 무경운으로 농사를 짓기에 가능하면 거름을 내지 않고 풀이나 농업 부산물로 피복을 한다. 이렇게 하면 거름도 되고, 풀도 덜 난다.
무경운 피복에서 어려움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넓은 밭을 풀로 다 덮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보통 풀은 덮을 때는 제법 두툼한 듯 보이지만 이 풀이 마르고 나면 앙상하여 피복효과가 매우 적게 된다. 그러니 풀 가운데서 달뿌리(갈대 비슷한 풀)나 억새처럼 강하고 긴 풀들이 좋다. 농업 부산물 가운데는 옥수수와 수수가 좋다. 볏짚 정도도 한 해만 지나면 거의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근데 무나 배추는 피복만 가지고는 거름이 부족하다. 우리는 토끼똥을 모았다가 봄 가을로 거름을 낸다. 이 역시 땅을 갈아엎는 게 아니기에 피복물 위에 그냥 뿌려둔다. 거름도 되고 역시나 풀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벌레다. 풀이나 농업 부산물로 피복을 하면 애벌레들이 많이 꼬인다. 봄에는 거세미, 가을에는 굼벵이. 이 굼벵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무나 배추를 심으면 고생을 많이 한다. 하루에도 몇 포기씩 사라지면 그때마다 땜질을 해야 하기 때문.
무와 배추를 심기 전인 요즘 해야 하는 일은 김매면서 굼벵이를 잡는 것. 두둑을 호미로 긁어가면서 잡아낸다. 이 때 바닥에 깔린 거름도 땅으로 섞어주면서. 두어 시간 만에 반 바가지 가량 굼벵이를 잡았다. 이제 무 씨앗과 배추 모종을 심기 직전에 한 번 더 잡아주어야 한다. 김매기보다 더 마음 쓰이는 벌레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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