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올해 벼 직파에서 시도하는 세 가지 변화

모두 빛 2014. 5. 1. 11:19

 

 

 올해로 벼 직파 여섯 해째다. 이번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는 아무래도 날씨다. 예년에 견주어 날이 따듯하다. 우리 식구가 해마다 볍씨를 물에 담그는 날로 잡는 건 어린이날. 이 무렵 이 곳 자연의 모습은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필 때다.

 

근데 올해는 일주일 또는 열흘쯤 차이가 난다. 4월말인데도 조팝나무꽃이 거의 다 진 상태다. 밤낮 기온도 예년에 견주어 따스하다. 이맘 때 늦서리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리 날이 따뜻하다 해도 이 곳 어른들은 어린이날쯤으로 미룬다. 올해도 마을 어른들은 고추농사만은 아직 정식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식구는 날씨에 따라 올해는 직파를 당겨서 하기로 했다. 볍씨를 430일에 물에 담갔다. 싹을 틔운 다음 논에 뿌리는 건 510일쯤 예정이다.

 

두 번째는 거름. 올해는 거름을 넣지 않기로 했다. 정농회 젊은이들 가운데 벼농사에서 무투입 농사를 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 이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름을 넣지 않더라도 한 마지기 세 가미 정도 나온단다.

 

이 곳은 산간지대라 그 정도를 기대하자면 거름을 제대로 넣어주어야 한다. 들판 논은 거름을 넣어주면 마지기당 네 가마니 정도 나온단다. 이러한 앞뒤 관계로 미루어 수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거름을 넣지 않고 자연 재배로 한걸음 더 나갈까 한다.

 

마지막으로 볍씨. 올해는 볍씨를 바꾸었다. 이 곳은 올벼인 오대벼를 오래도록 심어왔다. 나 역시 마을 어른들한테 오대벼를 구해 계속 심어왔다. 그러기를 17년 정도. 볍씨는 아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수확량에서 조금씩 퇴화한다. 자연 본래로 돌아가고자 하는 성질을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가 씨앗으로 쓰는 건 전문적으로 종자 개량을 꾸준히 한 것들이다. 하나의 종자를 씨앗으로 보급하는 데는 10여년이 걸린다. 근데 볍씨를 바꾸지 않고 해마다 자가채종하면 육종 했던 그 성과들이 해마다 조금씩 없어지는 셈이다.

 

거름을 넣지 않는 것과 맞물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볍씨를 바꿀 필요가 생긴 셈이다. 이 지역에서 직파하기가 무난한 운광으로 구했다.

 

이래저래 올해 벼 직파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