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벼 직파 여섯 해째다. 이번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는 아무래도 날씨다. 예년에 견주어 날이 따듯하다. 우리 식구가 해마다 볍씨를 물에 담그는 날로 잡는 건 어린이날. 이 무렵 이 곳 자연의 모습은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필 때다.
근데 올해는 일주일 또는 열흘쯤 차이가 난다. 4월말인데도 조팝나무꽃이 거의 다 진 상태다. 밤낮 기온도 예년에 견주어 따스하다. 이맘 때 늦서리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리 날이 따뜻하다 해도 이 곳 어른들은 어린이날쯤으로 미룬다. 올해도 마을 어른들은 고추농사만은 아직 정식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식구는 날씨에 따라 올해는 직파를 당겨서 하기로 했다. 볍씨를 4월 30일에 물에 담갔다. 싹을 틔운 다음 논에 뿌리는 건 5월 10일쯤 예정이다.
두 번째는 거름. 올해는 거름을 넣지 않기로 했다. 정농회 젊은이들 가운데 벼농사에서 무투입 농사를 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 이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름을 넣지 않더라도 한 마지기 세 가미 정도 나온단다.
이 곳은 산간지대라 그 정도를 기대하자면 거름을 제대로 넣어주어야 한다. 들판 논은 거름을 넣어주면 마지기당 네 가마니 정도 나온단다. 이러한 앞뒤 관계로 미루어 수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거름을 넣지 않고 자연 재배로 한걸음 더 나갈까 한다.
마지막으로 볍씨. 올해는 볍씨를 바꾸었다. 이 곳은 올벼인 오대벼를 오래도록 심어왔다. 나 역시 마을 어른들한테 오대벼를 구해 계속 심어왔다. 그러기를 17년 정도. 볍씨는 아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수확량에서 조금씩 퇴화한다. 자연 본래로 돌아가고자 하는 성질을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가 씨앗으로 쓰는 건 전문적으로 종자 개량을 꾸준히 한 것들이다. 하나의 종자를 씨앗으로 보급하는 데는 10여년이 걸린다. 근데 볍씨를 바꾸지 않고 해마다 자가채종하면 육종 했던 그 성과들이 해마다 조금씩 없어지는 셈이다.
거름을 넣지 않는 것과 맞물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볍씨를 바꿀 필요가 생긴 셈이다. 이 지역에서 직파하기가 무난한 ‘운광’으로 구했다.
이래저래 올해 벼 직파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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