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변화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중요한 건 해마다 같은 자연은 없으며 늘 변화한다는 거다. 날씨도 풀도 짐승도....
올 직파 벼 재배를 중심으로 보자면 새들 움직임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흩뿌림 직파를 하다보면 쎄레질한 논뿐 아니라 논두렁에도 볍씨가 떨어지곤 한다. 그럼, 비둘기나 참새들이 이 볍씨를 주워먹었다. 하지만 논에 뿌린 볍씨는 거의 먹지를 않았다.
근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본논에 뿌린 볍씨까지 먹어치운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처음에는 한두 마리 논에 나타나더니 점차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참새 몇 마리 보이는가 싶더니 비둘기가 나타나고 곧이어 참새와 비둘기가 틈만 나면 나타나 볍씨를 먹어치운다. 어떤 때는 참새 열 마리, 비둘기 일곱 여덟 마리 정도가 한꺼번에 논을 휘젓고 다니며 씨앗을 먹어치운다.
그러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그전에는 멀리 날아갔지만 이젠 그러지도 않는다.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먹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다시 날아가 또 먹는다. 먹는 모양새도 기가 막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볍씨는 뿌리를 뻗고 싹을 내미는데 이 싹을 배젖만 먹고 뿌리와 싹은 버린다. 사진에서 보듯이 하얀 빛 또는 연두빛 나는 것들이 새가 씨앗만 파먹고 버린 볍씨 싹이다.
새들이 이렇게 설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거 같다. 우선 내가 직파 시기를 당긴 게 첫 요인이지 싶다. 보통 때보다 일주일쯤 빨리 볍씨를 뿌리다보니 새들한테 쉽게 표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새들은 오디가 익을 무렵이면 오디를 많이 먹는다. 근데 아직 오디 익자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새들의 생존방식이지 싶다. 짐승들도 해마다 그 나름 환경에 적응한다. 지난해보다는 더 쉽게 더 좋은 먹이를 구하고자 하는 본능이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올해 고추밭을 보아도 그렇다. 이제까지 고추모종을 짐승이 먹은 적은 없었다. 근데 올해는 고추를 정식한 바로 그날 밤, 고라니가 울타리를 타고 넘어와 20여 포기를 먹어치웠다.
벼농사에서는 그마나 다행인 건 예년에 견주어 씨앗을 넉넉히 뿌렸다는 점이다. 사실 올해 벼직파는 나중에 뗏모를 하기보다 물길을 좀더 많이 내는 걸로 방향을 잡고 있었기에 볍씨를 보통 때보다 많이 뿌렸던 것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씨앗이 벤 곳에는 물길을 많이 내기로.
오늘로서 직파 열흘째. 이제 논에다가 물을 조금씩 더 넣는다. 새들도 물이 깊어지고 벼가 자라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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