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나무 심기, 정원 가꾸기

모두 빛 2014. 3. 9. 09:35

봄눈을 맞으며 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논밭 작물과 달리, 자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나무마다 특색이 뚜렷한 편이다. 잘 알고, 잘 심고, 잘 가꾸어야 한다. 막상 해보니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해마다 봄이면 과일나무를 몇 그루씩 심고는 했다.


하지만 야생성이 떨어지는 나무들은 쉽지가 않다. 자연 그대로 잘 자라는 나무라면 잣나무, 뽕나무, 야생밤나무, 양앵두 그리고 으름 정도. 이 외에 대부분 유실수들이 다수확을 목표로 품종을 개량했기에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지역 특색에도 잘 맞아야 한다.


근데 나무를 살 때 이런 지식이나 정보를 제대로 알고 사기가 어렵다. 그냥 우리 먹을 과일이니 조금씩 심자하고 오일장에서 사다 심었다. 이렇게 사다 싶어 제대로 먹어본 건 복숭아 와 밤 그리고 블루베리 정도. 배와 자두와 살구는 들쑥날쑥 했다. 이 지역에서 잘 된다는 호두는 시간일 갈수록 줄기를 파먹는 벌레가 생겨 서서히 말라죽었다. 감 역시 너무 추워서인지, 품종 문제인지 잘 안 된다.


오일장에서 나무를 사면 장꾼들은 대부분 전문 묘목상이 아니다. 묘목상에서 이것저것 수십 종을 떼다가 파니 나무마다 또 지역 특색을 잘 꿰는 거 같지가 않다. 감나무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무슨 나무든 품종 개량을 해서 종류가 다양하게 나온다. 하지만 오일장에서 사려고 보면 한두 종. 그 품종이 이 지역에 맞는 지, 또 농약을 안 쳐도 되는 지를 알 수가 없다. 장사꾼들은 당연히 팔려고 내어놓았으니 잘 된다고 한다. 우리 식구는 감을 워낙 좋아해서 해마다 한두 그루 심어왔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장사꾼을 탓할 일이 아니라 우리 무지를 돌아보게 된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잘 몰라서 안 된 과일 가운데 하나가 배다. 배는 수분수가 필요하단다. 수분수는 꽃가루를 많이 갖고 있는 배나무로 다른 배들을 수정시키는 데 필요한 나무다. 10그루 배나무를 심는다면 이 가운데 두 그루 정도는 수분수를 심어주는 게 좋다. 이걸 모르고 심었으니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배를 먹곤 했다. 거름 주고 전정하고 봉지 씌우는 정성에 견주면 헛헛했다.


그러다가 올해는 인터넷으로 나무를 알아보고 샀다. 인터넷에는 사이트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과일 나무에 대한 안내와 정보가 자세하다. 나무도 웬만한 종류가 다 있다. 이를테면 배나무라면 가장 흔한 신고 외에 수분수로 원황이라는 품종을 따로 판다. 기존 배나무 곁에 원황 두 그루를 심었다.


사과나무도 전문적으로 키워야 하지 적당히 심고 가꾸어서는 잘 안된다. 근데 이번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알프스 오토매라는 미니사과라는 게 있다. 아기들 주먹만한 크기라는 데 제법 인기가 있단다. 과일이 작은 만큼 키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보고 이번에 세 그루 사다 심었다. 내친 김에 개암나무를 개량한 품종도 심고,  그 외 토종 블루베리라는 정금나무를, 밤나무로는 삼조생 옥광 대보를 몇 그루 더 심었다. 이런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고 열매를 맺을 지, 몇 해를 지나봐야 알 것이다.


사실 미니사과는 과실을 떠나 우선 정원수로도 좋을 거 같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과로수로도 심는다니까. 이 참에 정원 가꾸기에 마음을 좀더 기울이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정원 가꾸기보다 농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젠 좀 달라져야겠다. 나이 먹어가는 걸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싶다. 집 둘레 잡목이 우거진 곳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정원을 가꾸어볼까 한다. 하여, 유실수 말고도 정원수로 백목련과 좀눈향나무를 심었다. 기회가 되면 진달래나 산철쭉들을 더 심어나갈 생각이다. 이외에도 정원수로 좋은 나무들이 있다면 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