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논갈이와 논두렁 바르기

모두 빛 2013. 4. 29. 21:04

논갈이와 논두렁 바르기


겨우내 논두렁에는 들쥐들이 들락날락하여 논두렁 곳곳이 쥐구멍이다. 게다가 봄이 되면 지렁이와 땅강아지도 활동을 하고 두더지도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니 크고 작은 구멍이 논두렁 곳곳에 난다. 이 구멍을 잘 메우지 않으면 논물을 가두기도 어렵거니와 자칫 작은 구멍으로 계속 논물이 새다보면 어느 샌가 논두렁이 터져 일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게 된다.

 

논물을 잘 가두기 위한 일을 논두렁 바르기라고 한다. 이를 소홀히 하여 논물이 많이 새어나가면 논두렁이 터질 위험도 높고, 물꼬로는 찬물이 계속해서 많이 들어와야 하므로 벼가 자라는 데 좋은 환경이 못 된다.

 

논두렁을 바르기 위해 먼저 할 일은 본논과 만나는 지점의 논두렁을 삽으로 45도 정도 경사지게 깎아서 논으로 던져둔다. 깎는 깊이는 2~3센티, 논두렁에 자라는 풀이 뿌리 채 떨어질 정도면 된다. 너무 많이 깎아내면 다시 바르는 것도 힘든 일이 되고, 논두렁 폭이 자칫 좁아질 위험도 있다.

 

이렇게 깎는 이유는 논두렁에 쥐구멍이나 땅강아지 구멍을 잘 메우고 또 논두렁 가까이서 나는 풀을 쉽게 잡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쥐구멍처럼 큰 구멍을 쉽게 찾게 된다. 보이는 대로 흙으로 메우고 발로 잘 밟아 막는다.

 

이제 트랙터로 마른 논 갈이를 한다. 이전 해에 거름을 넣고 논갈이를 해 둔 논이라면 논두렁 앞쪽만 마른 로터리를 쳐두면 논두렁 바르기가 한결 쉽다. 논에 물을 대면 물이 흙마다 골고루 스며들어 괭이질하기가 쉽다.

 

그 다음 물은 대는 데 알맞게 대야 한다. 자작자작 하는 정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진에서 보듯이 로터리친 흙이 반절 보이고 반절은 물에 잠긴 정도. 물을 너무 많이 대면 흙을 끌어다 논두렁에 붙이기가 어렵다. 물이 너무 적어도 힘이 든다.

 

논두렁을 바르자면 필요한 도구는 괭이와 삽. 먼저 괭이를 논 앞으로 일 미터 정도 죽 뻗어 흙을 논두렁으로 끌어온다. 이 때 천천히 끌어야 한다. 안 그러면 일도 힘들지만 흙이 다 흩어진다. 끌어당긴 흙을 논두렁 위 한 뼘 정도에 올려둔다.

 

이런 식으로 논두렁을 따라 한 5미터 정도를 나간 다음, 처음 자리로 다시 가, 삽으로 예쁘게 마무리를 한다. 처음 시작한 곳은 그 사이 물이 중력에 따라 웬만큼 밑으로 빠진 상태라 흙이 적당히 굳어 삽으로 바르기가 좋다. 무질서하고 들쑥날쑥한 논두렁 흙을 삽으로 매끈하게 또 논두렁 가운데를 조금 봉긋하게 한다. 글로 설명하자니 좀 복잡한 거 같다. 직접 해보면 힘은 좀 들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오래 전부터 이 일을 해온 마을 어른들은 익숙하면서 솜씨가 좋아 논두렁 바르기가 끝난 논을 보면 거의 예술에 가깝다. 처음 이 일을 하면 생각처럼 잘 안 되는데다가 무척 힘이 드는데 그 때는 삽 대신 두 손으로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정성껏 발라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로 예전 농사꾼들은 모 한 포기라도 더 심으려고 논두렁을 좁게 하였다. 논두렁 폭이 20센티 심지어 10센티 남짓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새롭게 귀농하는 젊은이들은 모 한 포기보다 논 관리를 쉽게 하고자 한다. 폭을 30센티나 50센티 정도까지 넉넉하게. 논두렁 높이 역시 30센티 정도로 해두면 좋다. 기존 논둑을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바꾸려면 하려면 역시 힘이 많이 든다. 기존 논두렁을 해마다 조금씩 보완해가면 된다.

 

이렇게 하면 논두렁도 잘 안 터지고, 우렁이도 논두렁을 타고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라 관리하기 좋고, 사람 역시 논두렁을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어 좋다.

 

논두렁을 한번 바른 논에는 논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물을 계속 대주어야 한다. 논이 말라버리면 논두렁 바른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또한 논두렁 관리는 논에 물을 댄 뒤부터는 거의 날마다 살피는 게 좋다. 두더지가 언제 구멍을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비가 많이 올 때는 물꼬를 관리해서 물이 넘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