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낫으로 김매기

모두 빛 2013. 5. 10. 12:19

무경운 농사, 땅을 기계로 갈지 않고 짓는 농사는 풀 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농사 부산물과 부엽토로 피복을 해보지만 웬만한 피복은 한 해만 가면 흔적 없이 삭아 사라진다. 갈대 정도는 한 이 년 정도 가는 거 같다.


곡식을 심기 전에 김을 매야한다. 이 때 뿌리째 뽑으면 흙이 빗물에 많이 쓸러 가게 된다. 무경운 농사 장점이 기계를 안 쓰는 것 이상으로 흙이 쓸려가는 걸 적게 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려면 풀을 뽑기보다 낫으로 벤다. 밑동만 베면 다시 살아나기에 생장점 아래를 벤다. 그럼 풀이 다시 자리기 어렵고, 생장점 아래 뿌리는 땅 속에 고스란히 남는다. 이 뿌리는 서서히 썩으면서 거름이 되고 물이 틀어가는 통로가 된다.


물론 낫으로 두해살이나 여러해살이풀을 제대로 잡는 것은 어렵다. 다만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정도. 띠나 쇠뜨기 같은 여러해살이풀은 땅 속 깊이 야금야금 뻗어가기에 완전히 잡아내기는 어렵다.


곡식이 왕성하게 자랄 쯤에는 풀을 밑동만 베어주어도 된다. 기계로 말끔하게 땅을 갈고, 또 비닐로 덮어씌워 깔끔한 밭에 한 가지 작물만을 키우는 방식과는 많이 다른 농사가 된다. 큰 규모로 하기 어렵고, 일년 내내 풀과 함께 하는 농사라 풀과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