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바글바글 실지렁이와 올챙이

모두 빛 2013. 5. 29. 11:25

 

직파 한 지 열흘쯤 지난 벼가 조금씩 자란다. 물 위로 잎을 내밀고 광합성을 한다.


요즘 벼농사 공부를 다시 한다. 관련 책을 이것저것 샀다. 그 가운데 한 권이 ‘살림’에서 나온 이와사와 노부오의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이라는 책.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논을 갈지 않는 것과 또 하나는 겨울 논에 물을 대어두는 것.


겨울에도 논에 물을 대어두면 그 효과가 크단다. 책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가을과 봄의 풀을 물로 억제하고 실지렁이를 배양하는 못을 만들고자 겨울철에 담수합니다. 실지렁이가 논의 생물이고, 그들의 활동으로 풀이 억제되며, 배설물에 방대한 거름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밭을 거름지게 하는 데는 지렁이가 큰 역할을 한다는 건 잘 알고 있던 사실. 근데 논에서도 그렇다니 놀랍다. 사실 경운을 하는 우리 논 역시 실지렁이가 많다. 모내기를 하려고 써레질을 하고 난 뒤 논바닥을 보면 불그레한 실지렁이가 바글바글. 논 곳곳에 달 분화구처럼 구멍을 뚫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농약이나 풀약을 치지 않는 논이라면 실지렁이는 많다.


근데 이 실지렁이만 잘 키워도 따로 거름이 주질 않아도 될 정도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실지렁이 못지않게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생물은 올챙이. 올챙이는 덩치도 실지렁이보다 크고 생육도 빨라 이 놈들 역시 거름을 많이 생산해주리라 믿는다. 논에 물이 들면 실지렁이와 올챙이 이외도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고물고물 저희 나름 생명 활동을 한다.


올해는 가을걷이 끝나고 논에다가 어느 정도 물을 대어둘 생각이다. 적어도 이른 봄부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