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벼 직파(2) 논두렁 풀베기와 정리

모두 빛 2011. 5. 14. 20:02

 

 

지난 5월 4일날 볍씨를 물에 담근 지, 열흘째다. 벌써 이른 씨앗은 촉을 내밀기 시작했다. 올해는 수온이 높았다. 그 주된 이유는 비가 자주 와, 밤에도 온도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볍씨를 담글 때만 해도 수온이 11도 정도였는데 어제는 수온이 14도까지 올라갔다. 낮에는 여름날씨에 가깝게 무덥다. 오늘은 최고기온이 22도, 내일은 24도란다.

 

볍씨는 봄이라면 물에 담근 지, 흐르는 자연수온에서는 열흘 정도면 물을 흠뻑 빨아들인 상태가 된다. 이제 온도만 맞으면 촉이 튼다. 근데 자연에서 볍씨는 한꺼번에 싹이 트는 법이 없다. 종을 이어가는 지혜다. 되도록 차례차례 싹이 트고자 한다. 예기치 않는 가뭄이 올 수도 있고, 벌레나 병균이 돌 수도 있으며, 짐승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러 차례 싹이 트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처지는 다르다. 한꺼번에 심고, 한꺼번에 거두어야 편하다. 한꺼번에 심자면 한꺼번에 싹을 틔워야한다. 볍씨를 뿌리기 전날 온도를 높여 한꺼번에 싹을 틔운다. 직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논에서는 볍씨만 자라는 게 아니기에 풀보다 볍씨가 먼저 싹이 올라와야 하고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된다.

 

볍씨를 물에 담근 지 열흘 쯤 지나 싹이 하나둘 나더라도 좀더 기다린다. 원래 계획이 ‘꽃의 날’인 16일에 뿌리기로 한데다가 아직 자연 수온 상태에서 대부분의 싹이 난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트랙터로 로터리를 치는 건 16일(월요일, 열매의 날) 오전 일곱 시로 예약을 해두었다.

 

지금 할 일은 가끔 볍씨를 저어주는 것과 논두렁을 정리하는 일과 논에 적당히 물을 대는 것이다. 볍씨를 저어주는 건 싹이 틀 무렵 산소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논에 물을 적당히 대는 것은 로터리에서 중요한 일이다. 물 높이가 논바닥에서 7센티 정도 넉넉한 게 좋다. 물이 적으면 로터리가 잘 안 되어 흙이 뻑뻑한 곤죽이 된다. 직파는 로터리 칠 때 흙이 충분히 물과 뒤섞여 물렁물렁 한 게 좋다. 로터리 친 뒤 물렁물렁한 흙탕물이 가라앉으면서 볍씨를 덮게 된다.

 

논두렁 정리는 볍씨가 들어가기 전 본논 준비다. 일차 논을 갈아둔 상태지만 논 상태는 여기저기 둑새풀이 씨앗을 맺고 있고 논두렁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논두렁 풀을 베는 건 두 가지 목적이다. 하나는 논 둘레 풀들의 기운을 좀 줄이자는 거다. 이제부터는 볍씨가 자랄 테니 기세등등한 풀들의 기운을 좀 주춤하게 하려는 거다. 이제 막 씨앗이 싹트는 볍씨한테 한 뼘씩 자란 풀들은 그야말로 위협 그 자체가 된다. 벌써 꽃망울을 맺는 엉겅퀴는 기세도 좋지만 잎에는 날카로운 가시마저 품고 있어, 사람조차 가까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는 풀이다. 개망초 역시 한 뼘 이상씩 자라 그 기세를 뽐낸다. 질경이도 그 기세가 좋다. 쑥도 부쩍 자란다. 무엇보다 물에서 잘 자라는 미나리나 물봉선 같은 식물을 잘 정리해주어야 한다. 볍씨가 싹이 났을 때 수생 식물을 뽑으려고 하면 벼마저 다 들고 일어난다.

 

논두렁에 이런저런 풀을 베어 논에 집어던진다. 이 풀은 거름으로 좋다. 예전에 거름이 부족할 때는 누구나 이렇게 해서 논을 써레질했단다. 그러나 자운영 꽃만은 베지 않고 그냥 둔다. 꽃도 예쁘지만 삶의 여유도 된다. 이 자운영은 다시 이듬해 씨앗을 퍼뜨려 저절로 자라게 둔다. 그 외 논두렁이 부실하거나 수로가 허술한 곳은 정비를 한다. 직파 날짜가 다가올수록 살짝 긴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