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파 한 지 한 달, 우렁이 넣은 지 열흘째. 벼 옮겨심기와 일차 김매기를 한다.
그러니까 벼는 싹이 튼 지 한달쯤 지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배젖을 다 쓰게 된다. 그러면서 가지치기를 하게 된다. 조금 이르게 싹이 난 녀석은 벌써 가지를 두 개나 친 것들도 있다. 하지 전, 이맘 때 옮겨심기를 한다.
옮겨심기를 하는 이유는 흩뿌림을 하다 보니 모가 들쑥날쑥 하기에 그렇다. 벤 곳은 베고, 성긴 곳은 드물다. 벤 곳의 모를 솎아 성긴 곳에다가 다시 심는 거다.
보통 모는 교과서식으로 말하자면 일 평방 미티(가로 세로 일 미터)에 100개 정도를 적당량으로 본다. 이를 아주 작은 단위로 풀어보자면 가로 세로 위 아래 10센티 미터마다 모가 하나씩이면 된다는 말이다.
기계로 하지 않는 한 이를 맞추기는 어렵다. 웬만큼 몰려있다 싶으면 뽑고, 좀 드물다 싶은 곳에다가 이를 다시 심는다. 다시 심을 때는 한 곳에 두 세 포기씩 심는다. 늦게 이앙을 하는 관계로 옮겨 심은 벼가 다시 뿌리 내리는 데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뿌리내리는 동안에는 가지치기를 할 수가 없다. 늦게 가지치기를 하는 만큼 포기 수를 늘린다. 벤 곳의 모를 뽑으면서 발 디딜 곳을 확보한다. 논을 마음대로 나닐 수 있고 김매기도 가능하게 된다.
논바닥이 깊은 곳에는 모가 드물다. 다 하고 나니 모가 조금 부족했다. 내년에는 깊은 곳에는 볍씨를 조금 더 많이 뿌려야겠다. 세 다랑이 500평 논을 하루 두 시간 씩 3일 해서 끝냈다. 물론 직파에 관심이 있는 손님들이 함께 해주어 즐겁게 했다.
그 다음 김매기다. 흩뿌림 직파를 했기에 모가 어릴 때는 논에 들어서기가 어렵다. 위에처럼 옮겨심기를 하게 되면 발 디딜 공간을 얻게 된다. 그제야 김매기가 가능하다.
우렁이를 오래도록 넣어서 관리하던 논이라 풀이 그리 많지 않다. 눈에 보이는 큰 풀들 듬성듬성 잡고, 막 물 위로 올라오는 풀들은 대충 손으로 긁어준다.
우렁이를 넣었기에 물 위로 올라오는 풀만 잡으면 된다. 그 뒤 바닥에서 올라오는 풀은 우렁이가 대부분 먹어치운다. 물론 가뭄이 들지 않아 논에 물이 그득할 때 이야기다. 가뭄이 들어 논바닥이 마르면 풀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우렁이가 논에서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기간은 한달 정도다. 직파 20일 뒤 우렁이를 넣고, 그 뒤 다시 한 달 정도면 웬만한 풀을 다 잡는다. 나중에 올라오는 풀은 우렁이가 깐 알이 깨어나서 먹이활동을 하기에 점점 풀은 자라기 어렵다. 게다가 벼는 왕성하게 자라 새롭게 자라는 풀보다 경쟁에 유리하다.
앞으로 보름정도 물을 깊이 대서 옮겨 심은 모가 잘 뿌리 내리게 하고, 우렁이는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게 한다. 활착이 잘 되고, 김매기가 웬만큼 이루어지면 물 떼기를 한다. 로터리를 친 뒤 바로 볍씨를 뿌려, 모가 한결 안정되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래도 이앙만 못하다. 설사 이앙을 했더라도 물 떼기는 중요하다. 벼 뿌리를 더 깊게 뻗게 하고, 대풍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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