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스크랩] 우리 식구 전용 도서관, 전용 체육관, 전용 산?...

모두 빛 2011. 3. 5. 20:05

 

아이들이 학교를 안 다니면 불이익도 있지만 나름 혜택도 심심치 않다. 불이익이라면 의무교육으로 주어지는 여러 책이나 교구 그리고 교육 시설들이겠다. 그러나 이는 아이가 배우겠다는 열정만 있다면 그리 큰 불이익까지는 아니다. 아무리 시설과 교재가 좋아도 배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니 말이다. 특히나 교사를 만나지 못하는 게 불이익란 생각을 해 본 기억은 거의 없는 거 같다. 아이가 원하면 교사는 많으니까 말이다.

 

한편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서 받는 혜택이란 그 이전에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는 뜻밖의 것들이다. 이를 테면 공공 도서관을 이용할 경우다. 우리 식구는 한달에 두세 번 정도 읍내 공공 도서관을 간다.

 

이 때, 가는 시간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매인 게 아니기에 홈스쿨러들은 시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보통 아이들이 다 학교 가있는 오전 시간에 되도록 도서관을 간다. 

 

넓은 도서관이 마치 우리 식구가 오기를 기다린 것 같은 분위기다. 딱 셋, 책과 직원과 우리 식구. 이름 하여 ‘전용 도서관’이라고 할까. 이 기분을 딱히 뭐라고 말로 하기가 어렵다. 도서관 직원들도 나름 우리 식구를 특별대우 해 준다. 빈 도서관에 사람 온기가 도니 반갑기도 하고, 우리 식구가 조금은 특별하다 보니 식구가 함께 나타난 모습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으리라.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이제는 도서관이 갖는 모든 편리와 혜택을 누리는 편이다.

 

가장 큰 혜택이라면 그 넓은 도서관에 그 많은 도서를 집중해서 온전히 찾아볼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한 사람마다 다섯 권씩 빌릴 수 있으니 네 사람이 빌린 걸 집에서 펼치기라도 하면 책이 그득. 마치 도서관을 우리 집으로 옮겨놓은 기분이 들 정도다. 이제 작은 아이도 청소년이라 빌리는 책이 만화 수준을 넘어, 영역이 한결 다채로워졌다. 각자가 빌린 책을 식구끼리 서로 나누어 볼 만한 책도 제법 된다. 이래저래 부자 된 기분이다.

 

전용(專用)이 갖는 즐거움은 독립과 자유일 것이다. 이런 전용 혜택은 도서관만이 아니다. 청소년 수련관도 그렇다. 여기 안에는 탁구장, 당구장, 스쿼시 장, 컴퓨터실, 노래방, 영화 감상실이 두루 다 갖추어져있다. 이런 시설 역시 보통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에 이용하면 거의 절대에 가까운 선택과 자유를 누린다.

 

전용으로 누리는 맛은 그 맛을 알아갈수록 좀더 크게 확대된다. 이를 테면 산 하나를 거의 온전히 누리기도 한다. 그 앞뒤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우리 식구가 큰 산을 가는 건 기껏 일년에 몇 번이다. 근데 이 때 느낌은 예전에 서울 살 때, 주말이면 산을 가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가을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여기 이웃 한 가정과 적상산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이 산은 그 나름 명산이라 주말이면 제법 사람이 찾는 곳이다. 우리는 가을걷이 끝나고 단풍이 절정인 때 가보았다. 두 집 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 등산을 굳이 주말에 할 이유가 없었다. 주먹밥과 고구마를 도시락으로 싸, 평일 오전에 적상산 들머리에 들어서니 딱 우리 두 가정밖에 없었다.

 

그 아늑함은 밤새 산이 우리가 오길 기다린 어머니 품 같다. 또한 그 고요함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해되고 또한 더 집중을 하게 된다. 등산로를 오고가는 사람이 많다보면 사람 피하기 바쁘고, 이야기는 쉽게 끊어진다. 근데 이렇게 오붓하게 산을 오르니 사실 많은 대화가 필요 없기조차 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재벌 아들이 연인을 꼬드기기 위해 놀이공원을 하루 동안 전세 내는 걸 가끔 본다. 엄청난 돈 자랑이다. 아니, 이건 자랑이 아니라 돈 지랄에 가깝다.

 

연인을 진심으로 그리고 제대로 사귀자면 산 하나 정도는 전세를 내야하지 않을까.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우리는 전용 도서관, 전용 수련관, 전용 산을 가졌다. 시간이 전용되니 전용공간도 자꾸 확장된다. 근데 수영장이나 바다는 전용보다는 적당히 사람이 있는 게 좋더라. 

출처 : 홈스쿨링 가정연대
글쓴이 : 아이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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