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홈스쿨러 가정들끼리 손 잡고 <홈스쿨링 가정연대>를

모두 빛 2011. 2. 18. 05:34

 

 

 

우리 식구가 낸 책 <아이들은 자연이다>가 이제 곧 5년이 지난다. 참 많이 사랑을 받은 책이다. 그 덕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인연이 적지 않다. 이제 우리 식구는 개별 가정 단위를 넘어, 학교를 벗어나 자유롭게 성장하고자 하는 여러 가정들과 함께 모임을 하고 있다.

 

<자연달력> 이 홈피 역시 회원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들어와서 정보만 얻고 가는 편이다. 자신을 들어내고 또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 그 나름 사연이 있고, 사이트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겠다.

 

그동안 이런저런 인연들이 이어지면서 이제 우리 식구는 좀더 적극적으로 삶을 나누는 이웃관계를 희망한다. 지난 가을부터 세 가정이 함께 준비를 하여, 올 초에 <홈스쿨링 가정연대>를 꾸렸다. 이제 시작이라 지금은 열 몇 가정 정도가 함께 한다. 이 모임은 오프 모임이 기본이다. 다만 전국에 모여살기에 자주 만나기는 어렵고, 전체가 다 모이는 건 일년에 두어 번. 오프 모임을 보완하기 위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그 키워드를 보자면

-살림 : 나, 우리, 세상을 살리는 삶.

-성장과 사랑 : 학교를 넘고, 입시나 경쟁문화를 넘어, 서로의 성장을 기뻐하고 격려.

-그룹 홈스쿨링 : 개별 가정마다 그 고유한 빛깔을 살려가되, 필요한 사안에 따라서 서로 손을 잡고 배움과 일을 함께

-자연주의 생명 교육 : 인간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그 어떤 강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자연스런 본성임을 자각하고 이를 살려간다.

-일자리 창출 : 일자리는 그 누구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차근차근 확인하여 간다.


이 카페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가정이란 아이들이 커 가는 공간이기에 그렇다. 인터넷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가입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으로 키우지는 못할망정 상처를 주거나 좋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게다가 상대는 나를 아는 데 나는 상대를 전혀 모르는 관계, 참 불편하다. 서로가 대등하게 만나자면 서로의 속살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나. 학교를 벗어나는 용기가 사회적 용기라면 그런 가정들끼리 서로 속살을 주고받는 건 혈연조차 넘는 내면의 용기다. 

 

가정마다 대문이 있고 잠근 장치가 있듯이 이 모임도 그렇다. 가정을 잘 지키면서 삶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서로가 오프 만남에서 충분히 알고 친해질 때 가정 방문은 가능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인터넷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 가족들끼리 서로 알고 친해져 서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설 때 가입 열쇠를 건네게 된다.

 

홈스쿨러들에게는 우리들만의 그리움, 설렘, 어려움들이 있다. 아직 그 누구도 가 보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은 넓고도 깊다. 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산더미요, 나누고 싶은 삶은 바다 같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소통을 하면서 개별 가정들끼리 형편껏 오고 가고 또 가까운 지역에 사는 홈스쿨러들끼리는 모임을 좀더 자주 갖는다.

 

우리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은 진안. 지난달에는 무주 진안 네 가정이 진안에서 모였다. 이를 시작으로 그저께는 우리 집에서 곡성에 사는 한 가정을 더 해서 다섯 가정이 다시 함께 했다. 다 합하니 열 세 사람이다. 어른들 사이에 아이들도 끼어서 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노래도 배우고 대보름 음식도 나누고...먼 길 달려오면서 꽃나무도 가져다주고 빵도 구워오고, 말린 나물도 가져오고, 여기 가까운 한 이웃은 시래기 국에 물김치에 빵까지 구워와 푸짐하게 나누어 먹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고, 헤어지기 아쉬울 정도로 나눔이 푸짐한 자리였다. 살림과 성장 그리고 사랑에 목이 말랐나? 다음에는 이박삼일 하기로 했다. 하루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다 공감했다. 이야기도 하겠지만 일도 하고, 가족 단위로 긴줄넘기처럼 집단 마당놀이도 해보며, 음식을 가정마다 조금씩 준비하면 잔치가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