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우수 무렵 꽃나무 심기

모두 빛 2011. 2. 17. 17:21

 

 

 

뜻하지 않게 꽃나무를 심었다. 곡성에서 농사짓는 한결이네서 가져다준 나무다. 이 겨울에 꽃나무를 여러 가지 캐왔다. 언 땅을 파고 집둘레 가꾸던 것을 캐왔으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우리가 잘 키울지 모르겠다. 게다가 언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 건 우리 취향은 아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힘들게 일할 몸이 아닌 거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어제 밤에는 부드럽게 눈이 오더니 오늘 오후에는 부슬비가 와서, 땅이 다 녹았다. 그리고 보니 모레가 우수다. 이게 바로 하늘이 우리 식구에게 나무를 심어라는 뜻이 아니겠나.^^

 

나는 이름만 얼핏 들은 나무들이다. 배롱나무, 좀작살나무, 붉은 긴병꽃나무. 이 세 나무는 꺾꽂이가 가능하단다. 뒷간 옆, 비닐집 앞, 집 들어오는 들머리들에 심었다. 

 

또 하나는 가막살나무다. 가막살나무는 여름에 복스럽게 흰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가 달려 예쁘단다. 우리 집 주방 뒤에다가 심었다. 여기는 계절 따라 피는 꽃나무가 여러 가지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다가 지루할 때면 고개들어 뒷창을 볼 때 이 꽃들이 설거지 하는 지겨움을 들어주라고...이른 봄에 피는 매화를 시작으로, 조팝나무, 내가 캐다 심은 진달래. 여름에 아카시 나무, 가을에는 칡...

 

근데 가막살 나무는 꽃도 좋지만 붉은 열매가 달려있으니 이 역시 설거지 하다가 보면 새로운 맛이겠다. 그래서 집 뒤 매화나무 곁에다 심었다. 가져온 나무 가운데 대부분 이웃들과 나누고, 우리 식구 몫을 다 심고는 나무 곁에 말뚝을 박아 주었다. 그 이유는 풀이 무성하게 자랄 때 멋모르고 낫으로 베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뚝마다 나무 이름을 적어두었다. 헷갈리지 않게.

 

우리 식구는 해마다 과일나무도 꽃나무도 한두 그루 심고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나무가 어디 한두 종류여야 말이지. 게다가 집 꾸미기에 좀 특별한 취미와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부족했다. 이 기회에 우리도 좀더 분발해야겠다. 하늘이 도와줄 때는 몸을 움직이면 잘 되지 않겠나. 다 심고 나니 비가 부슬부슬 계속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