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으름도 적으니 새들도 더 극성

모두 빛 2011. 10. 1. 07:33

 

 

잦은 비 때문인지 올해는 으름도 적게 달렸다. 으름, 이 맘 때 열리는 산 과일. 모양은 바나나 비슷하게 길쭉한데 길이는 손가락 정도. 다 익어 벌어지면 안에는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이 속살이 끈끈하고 달달하다. 속살 안에는 검은 씨앗이 잔뜩 들어있는 데 이는 씹으면 안 된다. 독이 있어 쓰다.

 

으름이 벌어질 무렵에는 새들이 이 과일을 즐겨 쪼아 먹는다. 곡식한테는 덜 오고. 근데 으름조차 흉년이니 새들이 곡식을 더 쪼아 먹는다. 옥수수 수수 벼...

 

옥수수는 해마다 그득 거두어 두고두고 잡곡으로 먹고, 필요한 이들에게 두루 나누어 줄 만큼이었는데 올해는 대여섯 번 먹으니 없다. 미처 다 먹지 못하고 익은 옥수수는 잘 말렸다가 겨우내 잡곡으로 먹곤 했는데 올해는 묵은 옥수수까지 챙겨두어야 할 판이다. 그나마 씨앗만은 남겨둔 새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수수도 지난해보다 잘 안 된 상태인데 그마나 새들이 대부분 쪼아 먹었다. 그야말로 우리 식구 먹을 정도 양만 남기고. 팥은 고라니가 세 번에 걸쳐 뜯어먹어 거둘게 거의 없다. 어제 면 직원이 와서, 사진을 찍어갔다.

 

안 된 것만 생각하면 못 살 거 같다. 잦은 비로 지난해보다 잘 된 곡식도 있다. 이게 두루 자급자족하는 농사의 참맛이라 해야겠다. 고구마와 생강은 아주 잘 된 편. 가지와 호박도 그런대로 되었다. 배추와 무는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는 상태. 벼 콩 녹두는 거두어 봐야 알겠지만 대체로 평년작에 가깝다.  고추는 잦은 비로 탄저병이 왔지만 자주 돌봐주면서 가까스로 기본을 한 정도.

 

으름이 익는 철이면 보름 정도는 맛나게 먹곤 하던 으름. 올해는 맛보기로 한번 먹어보는 정도로 만족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