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집`에 있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대학이나 직장, 혹은 알바.

그런곳으로 빠져버리는 것에 대한 성토가 보이는데

생각나는 것이 있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런곳으로 많이 빠지는 것은, 어쩌면 이 길에 수능공부보다 더 어려운 난관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이들 앞에 거대한 전제조건이 붙는다는 걸 발견했다.

'집'이 있어야 한다.

(두둥~)

 

홈리스들도 아니고, 집들 다 있죠 물론.

그런데 집에 있지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은 많다.

로망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아나키스트로 살고자 한다면 '집'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집에 있지를 못해서, 원하지 않는 길로라도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있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집에 붙어있을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들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나로 하여금 집에 있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들을 떠올렸다.

 

 

- 식구와의 관계

 

엄마랑 잠시 다투고, 순간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 집 나갈까? 다른데서 살까? 였다.

그리고 내가 떠올렸던 건 어떤 도시의 자취방이었다.

집에 있으려면 식구들하고 죽도록 붙어있어야 하기에, 식구사이 관계가 무지하게 중요하다.

싸우거나 다투면, 고만 나가버리고 싶어진다.

 

내가 싸우는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예를 들어 엄마아빠가 날마다 싸운다면, 대학 가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이것은 과연 순간적인 생각일까?

집이 즐겁지 않다는 건 이 삶이 즐겁지 않다는 뜻으로 통하기에.

나는 이렇게 살지 않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관계란 댑따시 중요하다.

 

또, 나만 집에 있으면 그것도 힘든 것 같다.

나 외로움이란 게 뭔지 잘 몰랐는데, 내가 잘나서(웃음) 안 외로운 줄 알았는데,

서울에 아는 언니 집에 닷새쯤 얻어 잘 때, 하루는 언니가 출장을 가서 혼자 지냈는데

자유로울 줄 알았더니.... 무섭고 외롭고 나도 모르게 티비를 키고 있더라.

 

 

 

- 할 일

일이 있어야 한다.

집에 있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줄창 혼자 멍때리고만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한다.

이게 또 어렵다는 거.

알고있는 많은 일들은, 대부분 체제 안에 들어가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무언가 일을 하려면 집을 나와있어야 한다.

막 노가다나 일당 받는 일이 아닌 일을 하려면, 대학도 가야겠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엔 농사가 있다. 그런데 농사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도 그러고 다른이들도.

나 먹을만큼은 하겠지만, 그거 농사지어서 팔고 그럴 생각을 하면......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 진현이한테 쪼금 미안해졌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스트로베리하우스빌더-는 멋진 꿈이더군요ㅎ)

 

 

- 다른이들과의 관계

 

그래서, 다 갖춰졌다고 혼자 살 것인가

안 되잖아

딱히 로망도 안 생겨요 = _=

 

이런 삶을 택하는 이들은 흔하지 않다.

그들의 집으로 찾아가지 않는한, 그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동네 아저씨아줌마랑은 나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들은 결혼도 했고 애도 있고 집도 있고 밭도 있고 일도 있지 않은가!

 

나랑은 있는 곳이 다르기에, 또래가 필요하다

사람들을 만나러 나다녀보면, 정해진 삶을 사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과 나눌 것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 나를 바꾸게 되거나, 관계가 쫑나거나.

 

비슷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건설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없으면

결국 혼자인 것에 지쳐, 톱니바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에빰을 만들었고, 한다.

 

 

-

이렇게 집에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 세가지가 부족하면, 집에 있기 어려운 것 같다.

 

나는 내가 '조건이 좋다'고 느낀다.

나는 저 세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가?

그건 아니구, 지금도 노력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쓴 것 말고 다른 조건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 에브리빰뽐

글쓴이 : 정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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