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만남

모두 빛 2010. 8. 1. 08:11

 

 

 

아마도 휴가 피크겠다. 이 집 저 집 손님들로 북적북적. 우리 역시 손님 한 팀 가고 나면 또 한 손님 오고. 예상한 손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손님도 있고, 부담 없이 즐거운 손님도 있고, 헤어지자 또 보고 싶은 손님도 있다.

 

제주도에 사는, 우리 식구가 잘 아는 이웃은 편하게 왔다가 바람처럼 갔다. 나는 점점 이런 관계가 좋다. 미리 온다고 연락하면 청소하고 뭘 해먹을까를 고민해야하는 만남이 아니라 그냥 우리 일상을 함께 하니 좋다. 좀 지저분하면 어떤가? 사실 우리는 많이 지저분하게 하고 산다. 마당에는 풀이 무성하고, 집 둘레는 잡목이 마구 자란다. 보기에 따라 지저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움이라고 여긴다. 이런 우리를 잘 이해하는 이웃이 아무래도 편하고 좋지 않나?

 

먹는 것도 그렇다. 우리 식으로, 우리가 지은 농산물로 차리는 소박한 밥상이다. 게다가 온 손님을 살짝 꾀어, 그 지역 특별 요리를 맛보이게 한다. 제주 이웃 덕분에 지난번에는 보말죽(고둥죽의 하나)을 먹었는데 이번 우리 집에는 제주도 고유 음식인 호박잎국을 먹을 수 있었다.

 

이야기도 푸짐하고 즐거웠다. 두 집 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 대화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이를 다 풀자면 책이 한 권이다. 그 가운데 하나만 살짝 귀띔을 하자면 12살 여자 아이가 콩나물을 키워 여행 경비를 벌었다는 사실. 자그마치 11만원을 벌었단다. 보통 요 맘 때 아이들이라면 부모 일을 돕고는 용돈을 버는 정도이나 이 아이는 콩나물을 스스로 키우고, 장사를 해서 번 돈이다. 근데 아이는 그 과정에서 돈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얻었다니 이보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가 어디 또 있으랴. 이 이야기를 곁에 듣던 탱이가 하는 말

“으메, 기 죽어!”

 

다음날은 화천에서 농사를 짓는 촌놈 임락경이 이 곳으로 강의 차 왔다. 이 촌놈이 누구인가. 초등학교만 마치고 일찍이 농사가 꼭 필요한 일임을 자각한다. 학교보다는 농사를 배우고, 교실에 갇혀 배우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승을 찾아다니며 배우겠다고 집을 나선다. 임락경에 대해서는 내가 월간 잡지에 인터뷰 한 내용도 있으니 생략.

 

이 날은 무주 진안 가까이 사는 이웃들이 많이도 모였다. 얼추 40명쯤 함께 한 거 같다. 촌놈은 얼마나 입담이 구수하고, 유쾌하고, 시원하며, 그러면서 뼈가 있는 지... 그 어떤 피서보다 좋았다. 더운 줄을 모르고 완전히 빨려 들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밥을 먹고, 사인을 주고받고는 다시 가까운 이웃들 집을 찾아 수맥을 봐 주셨다. 몸이 아픈 사람은 진맥과 상담을 해주고, 수맥이 흐르는 집은 잠자리를 어떻게 해야 좋은 지를 가르쳐 준다. 어떤 집은 아예 집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또 어떤 이웃은 부부 사이가 안 좋은 데 한번 집터를 봐 달라고 모셔가기도 했다. 집을 보면서 전혀 문제가 없는 집이라고. 집터는 좋기만 하다고 따끔하게 한 마디 하기도 했다. 새로 집을 지으려고 땅을 산 이웃들 터도 여러 곳을 봐 주었다.

 

아, 참으로 쓸모가 많은 삶! 쓸모만큼이나 에너지도 넘친다. 나 같으면 두 시간만 강의를 해도 몸에서 기운이 빠지는 걸 느끼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사람들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정말 일분일초도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베푼다.

 

당신 죽더라도 남기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단다.

“몸 안으로 들어온 독은 땀을 흘려 빼라. 그 다음은 오줌을 잘 누어라.”

한자로 하면 독출한요(毒出汗尿)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면서 적어 넣는 글자다.

 

땀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낀다.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여러분들도 적당히 땀을 흘려, 다 같이 건강하게 여름을 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