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벼 직파 35일째- 왕성하게 가지치기 시작

모두 빛 2010. 6. 18. 06:05

 

 

 

직파 벼는 가지치기(분얼)를 많이 잘 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자유롭게 자라기 때문이다. 넉넉한 공간에서 일찍부터 뿌리를 내리니까 배젖만 다 쓰고 나면 곧바로 가지치기를 한다. 이앙을 할 경우는 열흘 정도 지나야 활착이 되면서 가지치기를 하게 된다. 게다가 이앙은 포기 수를 많이 할 경우 가지치기를 두어 개 정도 하다 만다.

 

대신에 직파는 무효분얼도 많다. 즉 가지치기는 하지만 이삭이 달리지 않는 걸 말한다. 이앙은 분얼을 적게 하는 대신 거의 유효분얼을 한다. 이러한 차이 역시 벼가 자라는 환경에 좌우된다. 자연스러운가, 인위적인가의 차이. 자연의 벼는 변수가 많다. 냉해, 가뭄, 홍수, 짐승 피해들로부터 자손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한꺼번에 가지치기를 하고 한꺼번에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어서는 안 된다.

 

이앙은 되도록 집중시킨다. 사람 좋은 쪽으로. 그래야 돌보고 가꾸고 거두기가 쉽다. 대신에 예기치 못하는 자연 재해에는 피해가 크다. 반면에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벼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자손을 이어가니까 자연 적응력이 높다.

 

자연에 가까운 직파는 되도록 여러 차례 가지치기를 하고, 여러 차례 이삭이 패며, 꽃이 핀다. 그러다보니 잎은 무성하게 많이 나와도 실제 열매는 적게 달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풍년에 대비하기보다 흉년에 대비하게끔 진화를 해 온 셈이다.

 

직파가 이앙보다 확실하게 많이 나오는 건 볏짚이다. 가지치기를 많이 해서도 그런 것인데 실상은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도 되는 셈이다. 알곡만을 많이 남긴다면 이듬해 씨앗은 많고 거름은 적은 환경이 된다. 이런 환경은 자기 종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볏짚을 많이 남기는 건 땅을 거름지게 하니까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손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어제가 직파 한 지 35일째인데 가지치기가 빠른 녀석들은 벌써 세 개나 뻗었다. 엄청난 속도다. 이앙한 것들은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잎이 풀빛을 띄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물론 직파라도 물이 깊거나 환경이 여의치 않는 녀석들은 아직도 뿌리를 내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한두 개씩 가지치기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땅이 고르지 않아 풀이 많이 나는 곳도 있는 데 고작 방 하나 정도 크기다. 이 곳은 당분간 김을 매지 않고 두고 볼 생각이다. 논에서 나는 잡초를 좀더 잘 알고 싶기 때문이다. 제때 물 관리, 제 때 우렁이 넣기, 논 수평 맞추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공부가 되는 현장이다.

 

날이 무더워지면서 가지치기도 더 왕성하게 된다. 앞으로 장마 지기 전에 물 떼기를 한 번 정도 해 준다. 이는 뿌리를 좀더 깊게 뻗게 하기 위한 것이다. 논에서 물을 떼면 벼는 물을 찾아 뿌리를 더 멀리 더 깊게 뻗게 된다. 특히 직파 벼에는 물 떼기가 중요하다. 다만 우렁이가 풀을 어느 정도 잡고 또 먼저 깐 우렁이 알이 깨어날 때 정도가 좋다. 어미 우렁이들 역할은 거의 끝나 간다. 이 놈들은 틈틈이 잡아서 요리해 먹고, 이제 아주 작은 새끼들이 어미 뒤를 이어 나중에 나는 풀을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