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호박과실파리 막는 법을 실험 중

모두 빛 2010. 7. 21. 08:59


 

호박과실파리란 놈이 있다. 호박은 물론 오이에 알을 쓿어 농사를 망쳐 놓는다. 이 알은 호박과 오이 속에서 깨어나 안에서 야금야금 먹어간다. 그러다 보면 호박이 잘 되고 있다고 믿었다가 나중에 보면 짓물러서 저절로 떨어지고 속에는 구더기가 드글드글. 

 

이 구더기는 파리 구더기와 달리 몸을 말아서 멀리 통통 튀어간다. 무서운 번식력에다가 생명력이다. 해마다 이 과실파리가 늘어나니, 먹을거리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씨앗 받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나마 토종오이는 일찍이 늙은 오이가 되는 게 있으니까, 두어 개쯤은 처음부터 따먹지 않고 씨앗용으로 두면 된다.

 

그러나 호박은 수 십 구덩이 심어서 수 십 개 호박이 달리지만 씨앗이 될만한 호박을 찾기는 아주 어렵다. 사람도 못 찾은 풀숲 어딘가에 저대로 늙어가던 청둥호박 하나 건져야 씨앗이 가능하니 말이다.

청둥호박이 겨울에는 얼마나 요긴한가. 호박죽에 호박전에. 그냥 푹 고아 소금간만해도 맛난 게 청둥호박이다. 또 호박 속 씨앗은 얼마나 고소한가. 술안주로 좋고, 긴긴 겨울 궁금할 때면 호박씨가 효자다.

 

해마다 호박과실파리에게 당하다가 올해는 방법을 달리해본다. 다만 결과는 안 나온 실험이다. 방법이란 호박을 덮어씌우는 것. 양파망은 과실파리 침이 충분히 들어간다. 종이 봉지는 비가 오면 찢어질 위험이 있다. 내가 생각한 것은 하얀 부직포다. 이를 잘라 청둥호박 크기가 되게 바느질을 한다. 시기는 반드시 암꽃이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한 뒤여야 한다. 그리고 호박과실파리가 나타나기 전에 해야 한다.

계절적으로는 요즘이 적기다. 이 파리는 7월에서 9월에 걸쳐 알을 낳는 데 8월과 9월로 갈수록 점점 많이 나타난다. 호박 크기는 수정만 되면 크게 상관은 없지만 조금 자란 게 좋다. 물론 과실파리가 알을 쓿기 전이어야 한다. 호박은 자신이 굵어지면서 호박을 매단 줄기도 같이 굻어지므로 줄기 끝까지 바싹 묶을 수 있으니까.

파리 방지망은 파리가 못 들어가게 테두리를 접어서 시침질을 한다. 크기는 최대한 넉넉하게 하고 입구는 호박을 감싼 다음 바느질로 꿰맨다. 이 때 아기 호박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조금만 잘못해도 껍질이 상처가 나, 진액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서 든 생각은 먹고 살려고 참 노력하고 산다 싶다.

 

망을 씌운 호박을 바닥에 앉힐 때는 미리 볏짚이나 마른 풀을 깔아 호박이 잘 자리 잡게 한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수분도 막아주고, 벌레도 덜 꼬이게 하며, 햇살도 더 골고루 받는다.

 

아무튼 결과를 봐야 아는 실험이지만 기대를 해 본다. 한 다섯 덩이만 우선. 다 했다가 이 역시나 안 되면 너무 실망할 것 같으니까. 다른 사람 경험은 어떤가?

 

글 추가) 하나를 샘플로 만들고 나서, 몇 개를 더 만들었다. 처음에는 손바느질로 했는데 양이 많다 보니 재봉틀을 이용해서 박았다. 기계 힘이란 놀랍다. 호박 망 아홉 개를 순식간에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면서 생각도 더 깊어졌다. 그러니까 망 안에 신문지 한 면을 넣는다. 이렇게 하면 과실파리를 완벽하게 방지하리란 믿음이 생긴다. 흰 부직포만으로는 과실파리의 뾰족한 침이 뚫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하니 든든하다. 망 크기도 신문지 한 면 정도라 일도 수월하다. 재봉질도 해갈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 이걸 판매해도 되겠다 싶다.

 

이틀 사이 애기호박이 주먹 만하게 자라, 오늘만 추가로 네 개를 씌워주었다. 호박이 수정이 되고 나서 바로 씌우기보다 하루 이틀 정도는 지켜보는 게 좋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정이 불완전해서 시들어버리는 게 있다. 그리고 호박은 곁가지가 계속 뻗으면서 곁가지마다 다시 호박이 달리니까, 앞뒤를 봐가며 적당한 거리마다 속아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