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자유로운 직파 모내기

모두 빛 2010. 6. 11. 06:25

 

 

 

직파 한 지 한달쯤 되었다. 직파라고 농사가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배게 뿌려진 곳은 속아야 하고, 성긴 곳은 때워야 한다. 성긴 곳은 새 피해와 우렁이 피해다. 새 피해는 지난번에 이야기를 했다. 직파 뒤 20일쯤 지나 풀이 여기 저기 올라오자, 왕우렁이를 넣었다. 그런데 이 놈들이 물이 깊은 곳에 자라는 모를 곧잘 먹는 게 아닌가. 왕우렁이는 벼줄기는 먹지를 않는데 잎은 부드러워 가끔 먹는다. 그런데 직파 벼는 어리고 잎은 물에 잠기니 제법 많이 먹었다. (내년에 다시 직파를 한다면 우렁이 알을 미리 구해서 아주 어린 우렁이를 넣는 게 좋을 거 같다. 이 놈들은 막 돋아나는 풀만 먹을 테니까.)

 

직파지만 모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모내기다. 보통 이 곳은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모내기를 한다. 그런데 올해는 냉해도 있고, 또 나는 직파를 하였기에 보통 때보다 보름 가까이 모내기가 늦은 셈이다.

 

싹이 튼 볍씨는 보통 뿌린 지 한달쯤 지나면 분얼(가지치기)을 시작한다. 그런데 못자리에서 밀식을 하면 분얼이 잘 안 되다가 본 논으로 옮기면 활착을 한 다음 가지치기를 한다. 모내기 뒤 벼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는 기간은 대략 열흘 정도다. 가지치기를 잘 하라고 모내기를 일찍들 하는 편이다. 그럼, 모를 적게 꽂아도 된다.

 

그런데 직파를 한 논에 모내기는 아무래도 늦다. 가지치기를 할 시간이 적다. 6월 중순에나 모내기를 하니 활착을 한 다음 가지치기를 할 시간이 적은 셈이다. 7월 한 달 가지치기를 한다고 보면 된다. 직파 모내기는 보통 모내기보다 모를 좀더 많이 꽂는다. 한번에 두어 개씩 심던 걸 너 댓 개씩.

 

직파 모내기는 그 나름 재미있다. 일단 모가 튼실해서 기분이 좋다. 직파는 못자리 벼와 달리 널찍이 자라기에 그렇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웃 벼와 부대끼지 않고 당당하게 자란다. 또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기계모가 한 줄로 가지런하다면 직파는 들쑥날쑥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가깝다. 마치 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집에서 자유롭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는 거 같다.

 

직파 모내기는 많이 뿌려진 곳의 벼를 뽑아 성긴 곳으로 옮긴다. 모내기 뒤에 빈자리를 때우는 일을 땟모라 하는 데 우리가 한 건 직파 식 땟모다. 우선 발 디딜 곳에 모를 뽑는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뽑은 모를 성긴 곳에다 때운다. 밴 곳을 뽑아내는 것보다 성긴 곳을 채우는 게 급하다. 뽑아내는 것은 이달 말까지 틈틈이 뽑아 버려도 된다. 하지만 새로 심는 모는 때가 있다. 이 곳은 추위 때문에 늦어도 하지 전까지다.

 

식구들이 우르르 달라붙으니 어렵지 않았다. 반나절 정도에 끝났다. 가끔은 춤을 추듯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오른 쪽으로 돌고 왼쪽 돌아...춤추는 모내기다.

 

이제 남은 일은 김매기와 벤 곳 뽑아내기다. 예전처럼 모를 내고 우렁이를 넣을 때는 김 맬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직파 논은 아무래도 풀이 많이 올라온다. 아마 앞으로도 한두 번은 대충이라도 김을 매 주어야 할 것 같다. 이 때 모가 밴 곳 역시 김매듯이 속아주면 된다.

 

못자리 모내기는 일이 한꺼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로터리를 치고, 못자리에서 모를 뽑고, 한꺼번에 모를 내야한다. 여기 견주어 직파는 로터리 칠 때만 일이 집중되고 그다음부터는 시나브로다. 시나브로 솎아주고, 시나브로 김매주고 한다. 일반 모내기보다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