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병아리가 줄줄이

모두 빛 2010. 5. 4. 18:56

 

 

병아리가 줄줄이 깨어난다. 보름 또는 한 달 간격으로. 오늘이 세 번째 병아리인데 다섯 마리가 깨어났다. 해마다 어미 닭과 병아리를 보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게 많다.

 

첫 배는 여섯 마리 나왔는데 내가 실수하는 바람에 두 마리가 죽었다. 어미가 알을 다 품고 둥지에서 내려왔을 때, 어미 따라 내려온 놈이 세 마리, 나머지는 둥지에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도와준다고 둥지에 있는 병아리를 내려준 놈들이 죽고 말았다. 병아리 스스로 날개 힘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두는 게 더 좋았는데 무리하게 내려주다 보니 밟혀죽었다.

 

두 번째는 여덟 알을 넣어주었는데 두 마리만 깨어났다. 여기는 어미 닭 두 마리가 둥지에 교대로 알을 낳기에 알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셈이다. 닭이 알을 낳는 시간과 품는 시간은 다른 듯하다. 그러니까 하나를 낳고 그 알 위에 다시 알을 낳는데 이 때 너무 오래 둥지에 앉게 되면 알이 깨어난다. 어미 닭이 한 마리라면 스스로 시간을 알아서 낳을 테다. 그런데 두 마리가 같이 낳다 보니 때로는 알을 낳는 시간이 품는 시간에 가까워져 어정쩡하게 병아리가 생기다 만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해서 깨어나지 못한 달걀을 ‘곯았다’ 한다.

 

세 번째 병아리는 역시 여덟 알을 넣었는데 다섯 마리가 오늘 깨어났다. 제법 성공한 보기다. 야생의 새들도 백 프로 다 알을 까지 못하기도 한다. 닭은 한두 알 정도는 곯는 경우가 기본이다.

 

이제 한 배 남았다. 이 녀석은 여덟 알을 넣어주었는데 마지막에 제 몸이 품으면서 한 알을 더 낳아서 품고 있다. 모두 아홉 알인데 몇 마리가 깨어날 지 궁금하다. 앞으로 일주일쯤 뒤가 예정일이다.

 

이렇게 닭을 키우다 보면 사람이 관심을 얼마나 어떻게 기울이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알게 된다. 여러 마리 닭을 저 알아서 하게 두면 들쑥날쑥 이다. 한꺼번에 열 마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한 마리 나올 때도 있다. 병아리가 적게 깨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알이 곯아버리면 참 아깝다. 이게 어떤 알인가. 벌레와 모이와 풀을 먹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낳은 알들이 아닌가. 좁은 게이지에서 사료만 주어 무정란으로 낳은 달걀과 견줄 수 없다. 생명이 생명답게 이어져야 않겠나.

 

첫 배로 나온 병아리들은 제법 잘 난다. 거의 새에 가깝다. 모이도 얼마나 잘 찾아 먹는 지, 이놈들 하는 짓을 곁에서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미 닭이 발로 땅만 한 번 헤치면 번개처럼 달려든다. 다시 어미가 발을 헤치면 순식간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든다. 생명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자식 교육에 대한 고민하는 부모들이라면 병아리들이 어떻게 자라나를 지켜본다면 많은 영감을 받으리라 믿는다.

 

첫 배를 키우는 어미 닭은 이제 병아리를 돌본 지 한 달쯤 지나자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한다. 다른 모이는 여전히 새끼들에게 먹이기도 하지만 서서히 독립을 시켜간다. 심지어 달걀 껍데기는 새끼들과 경쟁 관계다. 절대 양보를 안 한다. 자신과 알을 위해 절대 필요한 영양소가 되나 보다. 새끼들 역시 소화에도 좋고 성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 껍데기에 있나 보다.

 

해마다 닭과 병아리를 키워보지만 이 녀석들은 해마다 내게 많은 자극을 준다. 닭의 몸짓, 닭의 언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