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홈스쿨링 10년을 돌아보다, 민들레 잡지 인터뷰

모두 빛 2008. 12. 21. 20:40

홈스쿨링 10년을 돌아보다


1. 몇 년도부터(아이들이 몇 살 때부터) 얼마 동안 홈스쿨링을 했나요?

-큰아이(21살 딸)는 2000년 중학교 일학년 다니다가, 작은 아이(14살 아들)는 2002년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뒤.


2. 주로 어떤 흐름으로 아이들과 지냈나요?

홈스쿨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아이들의 본성인데 이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니 치유가 절실했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걸 하게 했다. 초기에 큰아이는 독서를, 작은 아이는 놀이를 많이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도 치유에 큰 몫을 했다. 입시교육보다 생명교육을 중요시 한다.

 

3.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일상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다. 하루에 자신에게 필요한 일(요리나 청소)을 한 두 시간정도 하고 그 이외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다.

큰아이는 삼년동안 어린이잡지에 요리꼭지를 연재했다. 그게 얼마 전에 어린이 요리책『열두 달 토끼밥상』으로 묶여 나왔다.

홈스쿨러들이 고등학교까지는 집에서 잘 하다가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데 정현이는 대학조차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스물한 살이라 대학 이학년 나이지만 대학 바깥에도 그 나름대로 길들이 많이 보이고, 그 길이 자신에게 더 가깝고, 또한 더 즐겁기 때문에 대학은 안 갈 것 같다. 대학을 안 가는 청년 모임을 꾸려 두어 달에 한번 꼴로 만난다. 대학보다 더 소중한 건 어른이 되는 거 아닐까.

작은 아이는 시간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영어공부. 주로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지식 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자기 식으로 한다. 관심분야 책을 그때그때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인터넷에서 사서 본다.

 

4. 홈스쿨링 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인가요?

후회한 적은 없는지요?(아이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어려움이란 초기에 이를 결정할 때 부모가 갖는 두려움과 부부 사이 소통이다. 부모로서 후회라면 좀더 일찍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점이다.

아이들 평가는 큰 아이.

홈스쿨링 이라고 일반화하기가 어렵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딱히 ‘홈스쿨링’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살다보면 생기는 어려움이라는 느낌 정도. 주로들 걱정하시는 ‘가방끈 차별’ 같은 건 별로 안 받았다. 내가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사나? :)

+그런데 이 글 청탁이 왜 나랑 동생이 아닌 우리 부모님에게 왔을까?

작은 아이

홈스쿨링이 아니라 대강 ‘놀자tm쿨링’이었을 거다. 처음에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시작한 거는 일단 놀러가는 거였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던 놀러가겠다는 집념은 굉장했다. 지금은  예전과 같은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장이 아닐까.


5. 홈스쿨링을 하면서 얻은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부부가『 아이들은 자연이다 』라는 책을 낸 것도 아이들 덕이다. 아이 성장을 부모도 생생하게 느끼면서 자식을 낳은 이유와 보람을 자주 느낀다. 부모 자식 사이 소통하는 게 뭔지를 배운다. 자식 뒷바라지 한다고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자식한테 에너지를 얻는다.

 

6. 다시 홈스쿨링을 한다면 조금 다르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갓난아기 때부터 아이에게 좀더 집중하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맞추어 세상을 살고 싶다.

 

7. 민들레에서 홈스쿨링을 소개하고 다뤄온 지 벌써 10년입니다.

홈스쿨링과 관련해서 독자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자식을 의무로 낳는 사람은 없다. 그렇듯이 자식 키우기도 권리이자 기쁨이다. 해야 하는 공부를 오래 하다보면 자칫 아이를 망치기 쉽다. 아이가 행복한 게 부모에게 좋듯이, 부모가 행복한 게 아이한테도 좋게 마련이다.

부모 좋고, 아이 좋은 길이 사회에도 유익하게 마련이다. 그건 꼭 홈스쿨링을 뜻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충분히 열린 상태에서 교육은 출발해야한다. 굳이 홈스쿨링을 한다면 한시적일 필요가 있다. 배움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에게서 충분히 영양을 섭취했으면 언제든 아이는 부모 곁을 떠난다. 아이가 부모 곁에 있고 싶어 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가 원한다면 그 순간만이라도 기꺼이 그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