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아이들은 자연이다] 김광화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작가님. 전 부산에 살고 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최주희 라고 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학교서 독서재량(화법)시간에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토론을 하는데, 11월 추천도서 중에 [아이들은 자연이다] 가 있길래
저희 조의 토론 책으로 정했습니다.
책을 읽고 홈스쿨링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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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주희학생
학생들이 우리 부부가 낸 책으로
토론을 한다니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네요.
답변을 첨부합니다
좋은 토론이 되고
주희 학생 배움과 성장과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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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안학교를 운영하실 때, 사모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깨달았던 점을 알려주세요.
아래는 아내가 직접 답을 쓴 거에요.
반가워요.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이런 질문도.
대안학교에 몸담은 게 길지 않았던 건 알지요? 그러니 내 대답이 대안학교 일반으로 적용시키지 말았으면 해요.
먼저 내가 대안학교를 그만 둔 까닭을 말할까 해요. 나한테 대안학교는 학교냐 가정이냐의 갈림길이었어요. 내가 있었던 대안학교는 기숙사 학교이다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가 자기 가정이 되어야 학생도 선생도 좋은 구조이지요. 한데 나는 이미 결혼을 해, 아이가 둘 있는데 학교 일을 해나가면서 가정생활을 함께 하기가 어려웠어요.
나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배워야 할 곳은 집안에 --자기 부모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본 도리, 지혜와 방법을 배우지요. 한데 아무리 대안학교라고 해도 아이들이 자기 집 생활, 부모와 교감을 우선 할 수 있게 해 주지 못하네요.
2. 첫째, 탱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는데, 책에선 아직 갈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학에 지원할 생각은 생겼나요?
(요즘 사회가 대학을 우선시하잖아요....그래서 질문을 합니다.)
탱이는 초등학교가 아니고 중학교부터 학교를 그만 두었어요^^.
대학에 대한 생각은 본인에게 직접 물었어요.
-안녕하세요. 탱이에요~
이제는 스물한 살이 됐어요. 대학은 가고 싶어지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가고 싶어지는 일이 없었어요. 하핫.
대학 바깥에 있다보니까, 바깥에 길들이 많이 보여요. 내게는 그 길들이 더 가깝고, 더 즐거워서. 대학은 안 갈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저런 일이 들어오네요.^^
대학은 십대 때 진짜 중요한 문제죠. 지금은 대학 밖에 길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저 같은 사람이 늘어난다면 바뀌지 않을까요. 대학 밖으로도 길이 더 생기고, 그러면 청소년 친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들도 늘어나겠죠? ^-^
3. 도시에서도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데, 왜 귀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골이 자연이기 때문에 편안하긴 하지만 교통편에서는 불편해서요. (아! 그렇다고 시골이 나쁘다, 도시가 좋다는 말은 아녜요..^^;;)
-홈스쿨링 때문에 귀농을 택한 건 아니에요. 도시든 농촌이든 학생 자신과 부모의 선택일 뿐이지요.
도시는 교통편이 편리하고 문화시설도 많지요. 대신에 자연 환경은 멀리 있지요? 또한 다른 사람과 경쟁의식도 많이 느끼지요?
반면에 시골은 자연 환경이 좋아요.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 거거든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재미도 없지만 시험 치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리게 되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때 공부도 잘 되고, 집중이 되며 잘 잊어지지 않지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고요한 곳이 좋겠지요? 차 소음도 적고 밤이면 휘황찬란하게 유혹하는 온갖 불빛도 없는 곳이 집중에는 더 좋다고 봐요. 아! 그렇다고 도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에요.^^;;)
4. 수학이나 과학,영어 등 공부는 자녀들이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외국어 같은 경우에는 국제화시대여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부록 1에서 탱이가 원서로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독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탱이가 글 쓰는 곳이 많던데,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구요..글을 쓰게 된 계기라고 해야겠죠??
-이거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지요. 똑같은 걸(공부나 일)하더라도 싫지만 마지 못해하는 사람과 좋아서 틈만 나면 하는 사람과 차이는 크지 않겠어요.
국제화시대이기에 영어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사람들과 보다 넓게 소통하고자하는 욕구가 외국어를 익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거랍니다.
탱이는 처음에는 팝송을 좋아했고 또 영화나 비디오 보는 것도 좋아하니까, 이것저것 자꾸 보다보면 귀가 들리나 봐요^^. 또 <해리포터>가 있다고 쳐요. 일단 1권은 번역본으로 읽었어요. 무슨 내용인가? 하고. 재미있으니까 다음 권이 궁금하지요? 또 작가가 쓴 글을 읽으려면 작가가 쓴 대로 읽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2권은 한번 원서로 읽어보았지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 구조고 어린이가 읽게끔 쓴 글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간대요. 물론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전체 문맥을 이해할 수 있으면 일단은 넘어가요. 우리말도 마찬가지이지만 단어 한두 개 모른다고 뜻을 모르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다 중간에 어떤 단어가 딱 걸리면 그 단어의 뜻을 알아보기도 하구요. 공부한다고 생각을 안 하지만 공부가 되는 효과라고 할까요?^^
과학이나 수학은 그리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가 봐요. 검정고시 볼 정도만 간단히 하고 기초 교양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은 도서관에 많이 있어요.( 앗 시리즈나 청소년 권장도서들)
탱이는 먹는 걸 좋아하니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직접 요리를 해서 먹지요. 그러다 관련 책을 자꾸 보게 되고. 그러면서 글을 월간지에 3년 연재하더니 드디어 책이 나왔어요. 이름이 『열두 달 토끼밥상』이예요. 이렇게 학문은 개별적으로 과학이니 국어니 하고 나눌 수도 있지만 먹는 거 하나를 열심히 해도 그 안에는 국어도 생물도 화학도 다 들어가게 되잖아요. 덩달아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일도 되구요. 설명이 좀 어려운가요? 다시 말하자면 모든 걸 다 배운 다음에 뭔가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배워가면서 일을 하고, 일을 하면서 배워간다는 거지요.
글쓰기는 책을 많이 보니까, 글쓰기도 잘 된다고 할까. 이 책 저 책 보다보면 나만의 생각이 생겨요. 그리고 글쓰기는 창의성이 중요해요. 남 따라, 또는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다보면 자기다운 글이 나오기 어렵지요. 주희 학생처럼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찾고 하면서 자기다운 노력을 할 때 빛나는 글이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식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요. 그러다보면 반짝 하고 좋은 말이 나잖아요. 그럼 식구들이 그래요.
“야, 그거 좋다. 한번 써 봐라.”
그럼 본인이 신이 나니까 글을 쓰게 되지요.
글쓰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전에 자기 자신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도구랍니다.
5. 탱이와 상상이가 검정고시를 쳤다면, 어려웠던 점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탱이는 홈스쿨링 1세대여서 여러 어려움이 많았어요. 집안 어른들이나 마을 어른들이 걱정을 하신다든가 하는 거지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보았어요. 어른들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하면 학교를 대신했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검정고시는 보기 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시험을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검정고시는 학교처럼 성적의 우열을 가리려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가졌는지는 보는 시험이에요. 그런데 이것도 시험이라고 학교시험을 떠올려 지레 걱정을 하는 거지요.
실제 검정고시는 평소에 다양한 방면으로 책읽기를 좋아한다면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니에요. 교과서에서 그것도 기본적인 개념을 묻는 문제가 나오고 쓸데없이 꼬는 문제 이런 건 없구요, 평균 60점만 맞으면 통과에요. 쉽겠지요?
공부는 지금까지 검정고시시험 문제지를 모은 기출 문제집을 풀어보며 모르는 건 교과서를 읽어보거나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풀려요.
상상이는 아직은 검정고시 생각이 없나 봐요. 상상이만 해도 둘레에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시험에 연연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사회는 자격증보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그러니 굳이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검시를 볼 필요는 없겠지요. 탱이가 대학을 가지 않고도 충분히 사회활동을 하듯이.
6. 마지막으로 입시제도라는 발목에 잡혀 사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__)
글쎄요? 이건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선 ‘발목’이란 말이 무서워요. 그 발목을 누가 잡고 있나요? 부모님 아니면 선생님 그것도 아니면 본인...
학생 말대로 배움은 죽을 때까지 하는 거지요. 자신이 성장하는 거니까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싶은 거지요.
‘해야 하는 공부’를 지나치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릴 수도 있어요. 자기다움을 살려가는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마다 자기빛깔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 사회도 더 아름답게 바뀌지 않을까요?
아무튼 주희 학생도 배움의 기쁨을 찾고 또 마음껏 누리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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