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어, 강마에다!”

모두 빛 2008. 11. 5. 15:15

 

 

상상이랑 서울 갔다가 돌아오는 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상가를 지나는 데 상상이가 외친다.

“어, 강~다!”

 

순간, 나는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아침 출근길이기도 했고, 오직 터미널 방향만을 보고 걷고 있었기에 아이 소리가 잘 안 들렸다.

“뭐라고?”

“봐요. 강마에잖아요.”

 

아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김명민이 맡은 역할이 강마에다. 설마 하는 생각에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정말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전에 드라마를 안 볼 때는 연예인들에 관심이 없었지만 드라마를 즐겨보는 요즘은 부쩍 관심이 많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강메에는 지휘자로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다. 목소리는 굵직하고, 동작도 크고, 눈매는 매서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편이다.

 

그런데 내가 본 강마에는 아주 다른 사람이다. 촬영장은 터미널 근처 레스토랑. 강마에가 식탁에 앉아 제자 강건우를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는 장면이다. 촬영장이 우리가 서있던 곳보다 조금 낮은 곳이어서도 그렇지만 가까이서 본 강마에는 작고 아담한 느낌을 주는 남자다. 내 느낌을 말하면 귀여울 정도로. 그러니 겉모습보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외모는 아주 다르게 느끼지는 셈이다.

 

강건우는 내 바로 앞 유리 아래에서 감정이입 상태에서 대본을 계속 해서 열심히 읽는다. 그 대본도 내 눈에 다 보인다. 출근길이라 지나가던 시민들이 서서 구경을 한다. 인근 상가에 일하던 분들도 입소문이 퍼지는 지 쪼르르 달려와서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상상이도 사진 한 장을 찰깍! 지금 이 사진이다.

 

스텝들이 이리저리 세팅을 한다. 배우들 얼굴 분장이나 머리를 다듬어주기도 하고, 의자나 물 컵을 배치를 새롭게 하기도 한다. 촬영장 둘레에 사람들이 너무 몰리니까 흩어지길 부탁하기도 한다. 

 

좀더 보고 싶기도 했지만 드라마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터미널로 갔다. 내 앞만 보고 휘리릭 지나쳤으면 결코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과 그 촬영 장면. 같은 곳을 같이 지나는 데도 호기심이 살아있는 아들 덕에 구경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