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솟아나는 글쓰기

“글이 싱겁지요?” 간간한 글쓰기

모두 빛 2007. 8. 10. 06:00
 

웃음을 글로 나타내는 게 쉽지가 않다. 아침에 아내한테 온 전화. 10일날 서울로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정을 바꾸어 9일날 올라오란다. 당황한 아내가

“여기 일정을 조정해보고 연락할 게요”

 

요즘 우리 집 식구들은 나름 바쁘다. 탱이는 내일부터 어린이 책 캠프 진행자로 집을 나선다. 얼추 또 일주일 정도. 아내는 내일 강의가 잡혀 있고, 나는 취재 할 일이 있다. 두 세 사람이라도 식구끼리 이리저리 묶어 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아이 혼자 두고 가자니 걱정이 된다.

 

“그럼, 상상이는?”

“나랑 같이 가지 뭐”

“아니에요. 저는 집에 있을 게요”

“우리 집도 뿔뿔이 흩어지니 콩가루 집안이 되는 거 아니야?”

그러자 상상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저는 거기에 끼워넣지 마세요”

 

당시에는 엄청 웃었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보니 웃음 분위기가 잘 안 난다. 자식 자랑하듯 글이 되어버렸다. 그 당시 분위기, 감정들을 충분히 글로 살려내지 못해서 그런가. 자신만이라도 콩가루가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는데.

 

그 앞에 식구끼리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 누구네 집은 날마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니 콩가루 집안이라고 흉보는 수다를 떨었었다. 그런 앞 뒤 관계가 있었기에 상상이가 마지막 한 이야기는 배꼽을 잡는 이야기였는데 글로 그걸 못 살리겠다.

 

어제 글쓰기 시간에 현빈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네들끼리 놀다가 배꼽잡고 웃었는데 이를 글로 정리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 내어 발표를 다하더니 한다는 말이

“엄마, 글이 싱겁지요?”

 

글쓰기도 간이 맞아야 한다. 특히나 웃음을 나누는 이야기는. 간간한 글쓰기, 그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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