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인데 도끼질하는 재미가 좋아 글을 한 편 정리했다.
하루 종일 집 둘레만 맴돌았다. 집 둘레 너무 높게 자라는 나무를 벤다. 산벗나무, 뽕나무, 은사시나무. 집을 덮을 듯이 가리니 여러모로 위험하다. 벼락 맞을 위험도 있고, 태풍으로 쓰러지면 집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벤 나무의 잔가지는 따로 모으고, 굵은 줄기는 도끼질을 하여 처마 아래 쌓아둔다. 도끼로 나무를 쪼개다 보면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 우선 나무마다 성질이 다르다. 쉽게 잘 갈라지는 나무가 있다. 아카시 나무처럼 곁가지가 적은 나무는 잘 갈라진다. 내가 잘라본 나무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건 느티나무. 이 나무는 톱질도 어렵지만 도끼질을 하다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결대로 갈라지는 법이 없다. 나무 심이 서로 엉켜 떨어지지를 않는다.
같은 나무라도 도끼를 어디에다 찍어야 잘 갈라지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나무 끝을 때리면 중간보다는 잘 갈라진다. 굵은 나무는 바로 도끼질을 하기보다는 쐐기를 이용하는 게 힘의 낭비가 적다. 도끼질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하지만 같은 곳을 반복해서 때리기는 어렵다. 설사 반복하더라도 다음 번 동작에서는 나무에 박힌 도끼를 빼야하기에 앞에서 들인 힘도 많은 부분 빠져나오게 된다. 쐐기는 이런 낭비를 없앤다. 망치로 친 힘만큼 나무에 고스란히 힘이 박힌다.
도끼질이든 쐐기질이든 나무의 어디를 가르느냐가 중요하다. 곁가지가 없는 나무는 수월한 편이다. 나무 중심을 향해 쐐기를 박으면 어지간하면 갈라진다. 그런데 곁가지가 많은 나무는 쉽지가 않다. 이럴 때는 가장 굵은 곁가지 중심과 본줄기 중심을 일치시키면 된다. 글로 설명하자니 좀 어렵다.
그런데 이런 요령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때다. 나무를 베어놓고는 기다리는 거다. 그렇게 두면 사진에서 보듯이 금이 간다. 그 금위에 쐐기를 놓고 치면 간단하다. 나무 스스로 갈라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거다. 나무에 따라 다르지만 은사시 나무 같은 경우는 베자마자 금이 갈 정도다. 이렇게 갈라지는 이유는 서로가 잡아주는 힘을 잃어버려서가 아닐까 싶다.
곁가지가 많은 나무도 베어 놓고 하루 이틀 지나면 대부분 금이 보인다. 그 금대로 도끼질을 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바싹 마른 나무라도 톱질을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갈라지는 금이 보인다. 역시나 그 금을 치면 된다. 도끼질을 쉽게 하자면 때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듯 하다.
때가 되면 금이 간다.
금은 틈이다.
틈은 기회다.
게으른 것도 바쁜 것도 모두 때를 놓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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