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한다고 아이들 둘이 왔다. 승수(18)랑 지민(15)이. 지민이는 지난번 모내기도 함께 했다. 이번 가을걷이는 아이들을 많이 모으지는 않았다. 꼭 벼베기를 해보고 싶은 아이들만 오라 했다. 지민이는 이런 시골일을 참 좋아한다. 온몸으로 즐기는 듯 보인다. 승수는 지난번 모내기는 때를 놓쳤는데 이번 가을걷이는 함께 하고 싶단다.
오전에 한 다랑이 벼를 베고 윗 다랑이로 옮겼다. 이 논에 벼가 가장 잘 되었다. 빛깔도 좋고, 낟알도 충실하다. 내가 다른 논이랑 견주어 가면서 설명을 해주고 싶었는데 다른 이웃논들은 벼를 다 베었다. 그런데 그렇게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나락이 잘 된 걸 아이들이 금방 알아보는 게 아닌가.
벼를 안아주기도 할 태세다. 거름도 적게 했고, 비도 잦았는데도 나락이 잘 영글었다. 아이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나. 벼를 드물게 심은 덕도 많이 보았다. 지민이는 이 벼가 감개무량한 듯 한 표정. 모두가 벼를 베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잔다.
우르르 벼 앞에 앉으니 벼도 환하고, 사람도 예쁘다. 오늘 따라 날씨도 좋다. 뭉게구름 드문드문, 햇살은 적당히 따사롭고, 바람도 좋다. 수량은 적은 대신 자연과 사람이 만나 일구어내는 에너지가 들판에 그득 넘친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감사한 인연들이 참 많이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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