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머물던 명지와 승수가 떠났다. 승수는 닷새, 명지는 열흘이 넘게 머물렀다. 어제 아내가 아침을 먹고 천천히 가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그게 아닌가 보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야한단다. 대전에서 누굴 만나고, 대구에서는 다시 누구를 만나 같이 축제장으로 간단다.
오늘 새벽 여섯 시 무렵, 밖은 아직 깜깜하다. 알람 소리가 울리며 승수가 잠을 깬다. 곧이어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세수를 하더니 명지를 깨운다.
우리 식구는 겨울 아침은 10시가 넘어야 먹는다. 이렇게 아이들이 꼭두새벽에 움직이니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아침도 못 먹고 가서 어떡하니?”
“괜찮아요. 가다가 배고프면 간단히 사 먹을 게요.”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견주면 추위와 어둠과 배고픔은 문제가 아닌가 보다. 떠나는 아이들을 마중한다고 나는 잠옷 바람으로 마당에 섰다. 어제 온 눈으로 나무 가지에 매달린 작은 눈송이가 아름답다.
나무도 추위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도 나무와 같지 않겠나. 새벽별이 길을 떠나는 아이들 위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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