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몸 공부, 마음 이야기

“양치하고 왔나요?”

모두 빛 2007. 12. 2. 19:09
 

 

치과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다. 우리 식구가 자주 가는 치과는 무주 정치과다.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고 잘 해주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서 조금은 격이 없기도 하다. 

치료를 받으려고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니 하시는 말씀.

“양치하고 왔나요?”

 

헐, 얼굴이 뜨거워진다. 한다고 했지만 조금 바빠 부랴부랴 오기는 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아직도 칫솔질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의사 선생님은 손으로 치료를 하시면서 입으로는 칫솔질에 대해 자세히 조언을 해주신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해주신 걸 다 기억을 못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 여기 적어둔다.

 

‘칫솔을 고를 때 어금니 두 개 정도 크기를 고르세요. 너무 크면 안쪽 어금니까지 닦기가 어렵거든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 이빨 사이 조금씩 벌어지는 사람은 솔이 가지런한 거보다는 들쑥날쑥 한 게 좋아요. 그래야 잇몸 사이까지 닦을 수 있거든요. 닦는 법은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닦아요.’

 

치료가 끝난 다음에는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조언을 주신다. 해주신 말씀을 나대로 이해한 만큼 적어본다.

 

‘이빨이 약한 사람은 되도록 육식을 삼가는 게 좋아요. 고기를 꼭꼭 씹다보면 이빨 사이에 고기가 끼기 쉽거든요. 웬만큼 칫솔질해서는 잘 안 닦이는 겁니다. 또한 질긴 음식도 되도록 삼가 하세요. 꼭꼭 씹는 거보다는 오래 씹는 게 좋아요. 자칫 무리하게 힘을 주어 씹다보면 이빨과 잇몸을 상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육식은 치석이 생기는 지름길입니다. 음식물이 이빨에 남으면 그게 치석이 되는 거니까요. 되도록 생선이나 채식을 하는 게 이빨을 위해서는 좋아요.’  

 

치료도 잘 받고, 도움말도 잘 듣고 왔다. 치과를 다녀온 다음에 한 일주일은 정신 차리고 이빨을 닦는다. 정성으로.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흐지부지. 내가 먹은 내 이빨은 남에게 맡기는 이 부끄러움을 언제나 벗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