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몸 공부, 마음 이야기

아버님 제사상에 올리는 증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

모두 빛 2007. 6. 22. 06:44

 

어제 두툼한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이름이 아주 긴데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당사자가 아니면 알아먹기가 힘들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을 위해 일부러 띄어 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 보내온 증서다. 증서 이름은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다.

그러니까 내가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거를 국가에서 인정한다는 거다. 사실 크게 드러낼 만한 일은 아니다. 두 해 전인가, 친구가 같이 신청하자고 해서 얼떨결에 한 거다. 그 친구는 그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했다고 우리 둘만 남은 거 같으니 하자고 해서 그냥 따라서 신청을 했었다. 그리고 이 년인가 지나서 이 증서가 왔다.

받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본문을 읽고는 우리 식구들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읽어주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러면서 우리 아버님 생각이 난다. 80년 당시 내가 한달 정도 수배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 때문에 공무원이었던 아버님은 피골이 상접하셨다. 그리고는 몇 해 뒤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님은 국가 권력의 횡포를 견딜 만큼 베짱이 두둑한 분이 못 되었다.

마침 오늘 아버님이 돌아가신 제삿날이다. 살아서 효도 한 번 제대로 못 해드렸는데 늦게나마 아버님 영전에 이 증서를 드린다. (음력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