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모내기 캠프 인탐

모두 빛 2007. 6. 2. 05:08




함께 겪은 사람에 대한 자기 소감. 이런 걸 아이들은 인탐(人探)이라 한다. 나도 인탐 한 번 해 보자. 그냥 내게 스치는 인상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나이 순으로 해 보겠다.

먼저 우리 아내 장영란. 고생 많이 했다. 아홉 자식이 줄줄줄. 아니지. 현빈이와 채연이도 함께 했으니 열 하나. 둘째날은 이웃집 별이와 늘이까지도 왔으니 열셋의 엄마까지 한 당신, 떠나라 여행을!

현빈 어머니 박경미. 생각지도 못했는데 캠프 내내 함께 해주어 정말 고맙다. 아이들을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큰 그릇이다. 둘째날, 평화로운 출산 이야기는 감동이었음. 아이들도 모두 잘 들은 것 같다.

현빈 아버지 박창호. 아이들에게 구워 준 빵은 잊어지지 않는다. 현빈이네 하면 빵을 떠올리는 아이도 여럿이다. 아내와 함께 해준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 아이들에게 영감을 준 것 같다. 아이들이 트럭 타는 걸 원하자 트럭에 태워 우리 집까지 데려다 준 고마운 마음씨.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 데리고 노래방 가서 함께 어울린 순발력. 젊음과 열정이 부럽다.

탱이(20). 탱이에 대한 소감은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니 생략. 그럼, 너무 서운할까. 아이들 마음을 잘 읽어내는 어른이다. 이번 캠프에 기획과 실무를 맡아 무난하게 해냈으니 또 다른 네 능력을 선보였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네 성장이 한 단계 더 높아지겠지.

해인(17). 가슴에 로망을 가득히 간직한 이쁜이. 누구와도 수다를 나눌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아이. 동생과 아버지에 대한 자랑이 무척 인상 깊다. 얼굴도 복스럽고, 웃음이 많아 가까이 살고 싶은 아이. 해인양, 실감나게 쓴 캠프 후기를 올려주시와요.

명지(16). 여러 번 기적을 이루어낸 친구이자 동지. 식사 당번 정하는 데 명지는 10시 이전에는 못 일어난다고 친구들이 말렸는데 정작 본인은 8시에 일어났다. 살림살이가 몸에 익어 우리 딸 같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려서인지 사람에 대한 표현도 개성 있다. 그리고 밥을 천천히 먹어 나랑 필이 잘 통한다. 명지왈 ‘우리는 동지네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지라는 칭호가 무척 좋다. 명지 동지, 천천히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

민지(15). 캠프 기간동안 말이 별로 없어 마음이 많이 쓰였는데 막상 글쓰기 시간에 네가 쓴 글을 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 또래 아이라고 하기에는 세상을 넓고도 깊게 보는 아이. 잡지를 만들어도 좋고, 명지 말대로 정치인이 된다면 우리 정치가 한결 잘 굴러갈 듯.

지민(15). 우리 딸 삼고 싶은 만큼 예쁜 아이. 모내기 중간에 우르르 참을 먹는데 아내만 모를 심고 있자, 수박 한 쪽을 가져다가 아줌마에게 건네주는 아이. 토론도 일도 살림살이도 모두 모범인 아이. 글씨체도 예쁘고, 글 내용도 예쁜 아이. 서서히 자기 빛깔을 드러낸다.

재웅(15). 옹골찬 아이. 말을 짧게 하면서도 여러 사람을 뒤집어지게 하는 재웅이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키가 작으니 그게 더 빛이 나는 게 아닐까. 아이를 이해할수록 결코 작다는 느낌이 안 드는 친구. 재웅아, 키 작은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란다. 네가 마술할 때는 정작 나는 사진 찍는다고 마술을 제대로 못 봤다는...

양손(14). 차를 타고 오면서 우리 집이 보이자 멀리서 “아저씨, 사윗감 왔어요” 자뻑과 너스레가 넘치는 아이. 탱이만 좋다면 사윗감으로 무난하다. 누구와 말을 해도 맞짱 뜨는 데 익숙하다. 결코 대꾸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순발력과 센스가 좋은 아이. 집에서라면 잘 안하던 일이나 운동도 눈치껏 따라주는 늠름한 청소년. 수시로 웃통을 벗어 은근히 몸매를 과시. 청년으로 거듭나고자 근육이 날마다 달라지는 느낌이다.

동영(13). 몸이 약하고 마음이 여리지만 캠프 일정을 소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지난해와 견주어 많이도 달라진 아이. 예전과 달리 그때그때 자기감정을 잘 표현한다. 자연결핍에서 오는 장애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열어두는 아이. 첫날부터 몸이 가렵다고 끙끙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았다. 자기만의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동영아, 건강이 최고다.

상상이(13). 이번 캠프에 마음고생이 가장 많았던 아이. 자기 방을 나흘 동안 비워주어야 했는데 마지막 글쓰기 시간에 이를 글로 표현하여 그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몸이 약해 지난해까지는 캠프 가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부쩍 달라졌다. 수맥 보는 법도 배우겠다고 다녀오고, 제주도 여행도 하고, 바둑대회도 나가 상도 타고, 연이어 이번 캠프까지. 한 달 내내 강행군이다. 상상아, 몸 조절을 하면서 좀더 천천히 세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현빈(11). 이웃 집 아이. 지난해 이맘 때 동영이랑 어울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캠프에 선뜻 합류했다. 낯선 사람에 대해 낯가림이 심했던 아이인데 여러 누나와 형들과 너무 잘 어울렸다. 캠프 내내 함께 자고 먹고 일하고 다 했다.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하게.

채연(9). 현빈이 여동생. 제 오빠가 캠프에 참가하니 처음에는 구경하듯 기웃기웃 하더니 점점 적극적으로 바뀜. 첫날은 잠은 저희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일정 시작보다 10분 일찍 자전거를 타고 짜안~ 우리 집에 나타난다. 새벽같이 일어나 혼자 산길을 달려 왔다는 거다. 둘째날은 아예 언니들 틈에 섞여서 잤다. 허리가 부드러워, 모내기도 얼마나 예쁘게 하던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논에 노니는 듯.

별이(7). 우리 논 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집이 있다. 우리 논에서 형 누나들 목소리가 나니 동생(하늘)을 데리고 논에 나타난 아이. 오는 길에 풀이 저희들 키보다 더 큰 데도 풀숲을 헤치고 왔다. 형들이 농구할 때 별이도 끼인다. 나는 다칠까 조마조마한데 한몫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신도 함께 캠프 하고 싶다고 졸랐단다.

늘이(5). 아이들로서는 이제 늘이가 마지막이다. 눈치가 가장 빠른 아이. 여러 사람 가운데 누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리는 능력의 소유자. 밥을 같이 먹을 때 명지 품에 안겼다. 어디에 누구와 있어도 상대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아이. 아니, 꼼짝을 못하게 자신을 시중들게 만드는 깜직한 아이다.

이제 마지막, 나. 이번 캠프에 정신적인 지주. 자식을 많이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에 그 소원을 풀었다. 나에 대한 자뻑은 너무 많으니 이 정도로 생략.

이번 캠프가 모두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면 좋겠다. 모두 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