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뱀에 물리지 않는 법은?

모두 빛 2007. 5. 30. 05:07





아이들이 왔다. 예정 인원보다 몇 사람 빠져 일곱이다. 예정대로 다 왔다면 부담스러운데 우리로서는 지금이 딱 좋다. 여기 이웃 아이인 현빈이도 함께 하겠단다. 그러다 보니 남여 비율이 딱 맞다.

여자 해인 명지 지민 민지 탱이
남자 재웅 정환 동영 현빈 상상이
나이도 골고루다. 스물 살 탱이부터 11살 현빈이까지. 서로 쉽게 누나 형하며 친하게 지내고 장난도 친다. 이따금 티격태격도 한다. 그야말로 한 식구다. 봉화에서 오는 아이들이 도착하자 전체 일정을 시작. 먼저 간단한 소개와 집 안내.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뱀 이야기. 우리로서는 걱정 되는 부분이다. 캠프 때 흥분하면서 보내다 보면 자칫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가장 두려운 게 뱀이다.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좋을까?”
산골 생활 경험이 많은 현빈이게 먼저 물어보았다. 현빈이는 산골 경력이 11년이다.
“정신 차리면 안 물려요”
“오우, 만일 뱀에 물렸다면 그 사람은 정신을 못 차린 거네. 다음은 정환이는?”
“아빠가 그러는 대요. 풀이 많아 땅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는 가지 마래요”
그리고 보니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 많아 다들 알만큼 안다. 재웅이와 명지 이야기가 걸작이다. 재웅이는
“우리는 멧돼지가 땅을 하도 문대서 땅이 다 보여요(웃음)”
명지는
“뱀 목덜미를 잡으면 못 물어요(배꼽 잡는 웃음)”

깊은 산골에 사는 아이들이 확실히 다르다. 재웅이는 멧돼지 피해를 그림처럼 보여준다. 명지 이야기는 본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원시인 수준이다. 우리 집 고양이를 보아도 그렇다. 뱀을 잡을 때 기회를 노리다가 목을 물어버린다. 사냥감을 가장 안전하면서도 완전하게 낚는 기본 기술이 된다. 목을 물면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기회 자체를 빼앗게 된다. 이런 본성은 개에게도 남아 있다. 우두머리 개에게 복종하는 뜻으로 다른 개들은 그 앞에서 목을 내어 놓는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기는 어렵다. 명지 이야기도 들짐승을 보면서 깨달은 거지 본인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걱정이 많은 우리 어른들은 충고 몇 가지를 한다.
-흥분하지 말고 되도록 천천히 다닌다.
-자연에는 나 이외도 그 자리마다 다 주인이 있다.
-그리고도 겁이 나는 아이들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앞을 헤치며 나아간다.

그리고 믿는 게 하나 있다. 집단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면 그 에너지가 주변으로 미치지 않을까. 야생 동물들은 그 에너지와 파장에 민감하다. 사람이 철모르고 지나치게 흥분하지만 않는다면 서로가 제 자리를 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앵두나무로 몰려가 앵두를 딴다. 일찍 온 해인이는 연신 맛있다 맛있다 하며 앵두를 따먹었다. 우리 집은 큰 앵두나무가 세 그루인데 이미 두 그루는 일찍 감치 다 따먹었다. 먼 밭에 있는 앵두나무로 가는 길은 풀이 많다. 우르르 몰려간다. 나무를 타는 데 자신 있는 아이는 나무를 타고, 사다리를 타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사다리를 오른다. 그냥 나무 아래서 앵두를 따먹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멀리서 보니 앵두알과 아이들이 다르지 않다.

나중에 도시에서 온 아이들에게도 뱀에 대해 물어보았다. 민지는 조금 무섭다고 했다. 지민이는 그렇지 않단다.
“뱀을 많이 보았고요. 제가 뱀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봐요”
그렇구나. 산골에 사는 아이든 도시에서 온 아이든 자기 나름대로 자신을 방어할 힘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