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다양하게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처음 쓸 때는 너무나 쓰고 싶었다.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뭔가를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당시는 말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좀더 많이 소통하고 싶고, 좀더 오래 소통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번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하면 원고지 수십 매가 그냥 줄줄 나갔다. 그렇게 해서 잡지 이곳저곳에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고료를 받지 않고 썼다. 그냥 내 글을 읽어주는 것만 해도 좋았다. 내 친 김에 인터넷에도 글을 올렸다. 특히나 아이들 교육에 대한 깨달음이 왔을 때 가장 왕성하게 글을 올렸다. 예전에 <민들레> 홈스쿨링 방 게시판을 도배하다 시피 날마다 글을 썼다.
그러다가 점차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수준으로 실력이 좋아졌다. 이렇게 하여 본 돈맛은 좋았다. 농사로 돈 만원을 벌자면 고추를 가꾸고 따고 말리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견주어 글쓰기는 쉬웠다. 이년 전에는 월간 <신동아>에는 ‘몸 공부, 마음 이야기’라는 주제로 17회나 연재를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는 아내와 함께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자녀 교육 책을 냈다. 나 자신의 글쓰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험이었다. 우리 사회에 책이 넘치지만 그래도 책을 한 권 냈다는 건 나름대로 굉장한 뜻이 있다고 믿는다. 글로서 세상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홈페이지도 열어 아내와 함께 자주 글을 올린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내가 쓰고 싶어 쓰는 글이다. 이런 글은 부담이 없다. 그날 한 일들을 그냥 겪은 그대로 적어나간다. 물론 큰 틀을 가지고 쓰는 것들이다.
책을 한 번 내 보았더니 이제는 책 한 권 분량의 컨셉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홈페이지나 불로그에 올리는 주제가 ‘부부 연애’ 그리고 ‘끌리는 맛 당기는 요리’다. 물론 <아이들은 자연이다> 2편도 아내와 번갈아 틈틈이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월간 <신동아>에 연재하고 있는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다. 잡지사 측의 요청으로 연재를 시작했지만 이게 만만한 게 아니다. 그냥 내 삶을 글로 풀어가는 거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다. 그런데 나 아닌 남에 대한 이야기는 쉽지가 않다.
여기에는 세 가지 변수가 맞물려 있다. 우선 글 쓰는 나. 내가 달마다 글을 쓸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한다. 행여나 아프거나 마음 상태가 좋지 않다면 글 쓰기 자체가 어렵다.
그 다음은 인터뷰 대상인물이다. 우선 인물 선정부터 만만하지 않다. 자연 깊숙이 사는 사람들은 인터뷰를 꺼린다. 반면에 사회에 이미 너무 알려진 사람들은 삶의 깊이랄까 당당함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는 나 자신이 그러한 인물을 별로 잘 알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다.
내가 다루고 싶은 인물은 ‘자기 빛깔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하는 일이나 자리에 상관없이 자신을 고유하게 펼쳐가며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 사실 누구나 깊이 따져보면 그러한 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글로써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내 몫이 된다.
잡지 연재가 이제 네 번이 지났고 오늘로서 다섯 번째 원고를 끝냈다. 원고를 마감하는 며칠은 끙끙 앓듯 한다.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인터뷰 대상자와 일체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내 편한 쪽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는 과정.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하며, 기쁨을 나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도 또 하나의 문이 있다. 그건 독자다. 읽는 이들이 어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건 글 쓰는 이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충분히 글이 잘 녹아든다면 글쓰기는 자신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글 이전에 대화를 나누면서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다.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건 내가 겪지 못한 삶을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이야기를 듣고, 귀에 들리는 만큼만 귀를 기울일 수는 없다.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내가 성장하는 게 있어야 읽는 이도 공감을 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글로 풀어내는 건 또 다른 과정이다. 글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져야 한다. 글을 한 편만 쓰고 만다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큰 주제를 잡고 인물 연재를 이어서 쓴다는 건 굉장히 깊은 호흡을 필요로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
몇 번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해보 자면 인물이 내 내면에서 온전히 녹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도 자꾸 중간 중간 끊어진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는 시간을 갖는다. 논밭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뇌에서 어떤 흐름이 생긴다. 그래도 잘 뚫리지 않을 때는 식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내 든든한 후원자다. 나를 따뜻이 위로하고 새로운 영감을 준다. 때로는 그냥 마음 편히 쉬라고 다독여 준다.
그러한 과정에서 뇌가 정리가 되면 글은 다시 한달음에 끝을 향해 달음질친다. 분명한 건 원고를 끝내고 나면 내가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내 뇌에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걸 어렴풋하게 느낀다. 어쩌면 글을 통해 내가 성장하는 만큼 읽는 이들도 성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원고 마감에 낑낑 댈 때는 그만 쓰고 싶다가도 원고를 마감하고 나면 곧바로 다른 글을 또 쓰고 싶다. 글쓰기도 중독일까. 다음은 누구를 다루어 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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