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들깨밭 준비

모두 빛 2017. 6. 8. 10:16

 

 

그런대로 비가 왔다. 일기예보와 달리, 어제도 종일 부슬부슬 비가 와, 큰 도움이 되었다.

 

들깨 모종이 이번 비에 제법 자랐다. 모종이 너무 크면 몸살을 많이 하고 너무 어리면 옮겨 심는 거 자체가 어렵다. 지금이 딱 좋다. 본 잎이 서너 장. 이번 주 토요일쯤 들깨를 심을 예정이다. 흐리고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한다.

 

우리는 밭을 기계로 갈지 않는다. 때문에 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들깨 심는 밭은 겨울부터 지금까지 풀이 우묵 장성이다. 쑥은 사람 무릎까지, 달맞이꽃은 사방팔방으로 기세 좋게 가지를 뻗고 있다. 개망초는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다. 우리 밭은 개망초가 가장 많다. 잘 자란 녀석들은 키가 내 가슴까지 온다. 지칭개는 이미 꽃이 져, 갓털을 날릴 준비를 하고, 키는 내 목까지 오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풀들을 톱낫(부추낫)으로 밑동을 벤다. 쑥과 달맞이꽃은 쉽지가 않다. 쑥은 뿌리를 끊는 일이 어렵고, 달맞이는 밑동이 지팡이 만하여 쉽게 베어지지 않는다. 꽃을 피울 무렵의 개망초는 쉽다. 톱낫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연필 굵기 정도인 줄기를 잡고 두어 번 휘두르기만 해도 밑동이 잘 부러진다. 온 힘을 꽃한테 집중하다보니 줄기가 약해진 셈이다. 이렇게 베거나 쓰러뜨린 풀을 그대로 두둑에 깐다. 거름도 되고, 습기도 머금어 준다.

 

이렇게 하다보면 풀이 참 고맙다. 대부분 겨울을 난 풀들이다. 그동안 쉼 없이 광합성을 했으니 얼마나 대견한가. 광합성은 식물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다. 사람은 이를 지혜롭게 이용해야 하리라. 물론 농사 규모가 크다면 손으로 한꺼번에 이렇게 하는 일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자급형 농사에서는 풀을 잘 키워 거름을 하는 맛이 좋다. 여기에 견주어 들깨 모종밭은 깨끗이 김을 맨 상태에서 모종을 뿌렸기에 들깨도 자라지만 그 가까이는 바랭이도 바글바글 자란다.

 

들깨는 한 구덩이 한 두 포기 심는다. 간격은 사방 40센티 정도. 너무 베면 위로 웃자라고, 너무 넓게 심으면 가지를 지나치게 옆으로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