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책방 ‘심다’를 다녀오다

모두 빛 2017. 6. 4. 16:02

 

순천에 있는 책방 심다를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요즘 시절에 책방이라...책을 잘 읽지 않는 세상인데다가 그마나 책을 사는 독서층도 대부분 인터넷을 활용하는 편이 아닌가.

 

그렇기에 심다는 매력적이랄 수밖에. 독립서점이란다. 베스트셀러 또는 자본 위주의 책을 파는 게 아니다. 서점 주인장이 지향하는 철학을 보여주는 서점이다. 심다는 사진, 그림, 여행, 문화가 있는 책방이란다. 그 철학에 맞게 위치도, 분위기도 좋다.

 

위치가 순천역 가까이다. 역에서 걸어서 5분 남짓. 여행을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삶을 탐색하는 게 또 하나의 여행이라면, 순천을 들릴 기회가 있다면 잠시 책방을 다녀가도 좋으리라.

 

주인장 취향대로 많지 않는 책이 넓지 않는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나는 사진을 좋아하고, 손자가 태어난 뒤로는 그림책에도 관심이 부쩍 많다. 무엇보다 문화가 있는 책방이란 말이 좋다.

 

우리 부부가 그곳을 간 것은 밥꽃 마중출판 기념 강연이었다. ‘밥꽃의 사랑학, 밥꽃은 어떻게 사랑을 하여 우리를 먹여살리는가’. 장소가 좁아, 15명 정도가 최대치다. 여기에다가 서점 주인네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합치니 꽉 찬다.

 

나는 이런 자리는 일방적인 강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서점이 지향하듯이 문화가 있는 자리. 지역이란 곳에서 서점을 매개로 오가는 이웃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삶을 나누는 게 중요하리라. 강의는 그런 자리를 위한 마중물이면 좋을 것이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오신 분들끼리 서로 소개 시간을 주었다. 듣고 보니 초등교사분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 생명에 대한 존중이 너무 부족하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신다. 지역에서 텃밭하시는 분도 제법 되고, 사람 농사와 사랑에 대한 관심 역시 많았다.

 

강의는 한 시간 남짓. 우리가 만든 밥꽃 동영상을 네 개쯤 보여주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뒷풀이겸 자유 시간에는 우리가 가져간 양앵두와 오디 그리고 떡 조금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었다.

 

저녁 일곱 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아홉시가 되어도 끝날 줄 몰랐다. 나중에는 부부 사랑으로 이야기가 번져 얼추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했다. 그때까지 중간에 가는 분이 없었다. 자라면서 사랑을 따로 배워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부모가 어떻게 했는냐를 보며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

 

사실 사랑이란 우리 인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이 있고, 더 나아가 식물들도 그들 나름 깊은 사랑을 한다. 밥꽃들의 사랑은 우리 사람에게 먹을거리도 주지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사람과 식물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로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몰랐다. 아쉬워 다음을 기약할 정도였다. 심다처럼 지역에 작은 서점들이 지역문화를 살리는 데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

'살아가는 이야기 > 농사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구에 대한 예의  (0) 2017.06.27
들깨밭 준비  (0) 2017.06.08
가뭄 가뭄 가뭄  (0) 2017.05.30
여전히 서늘한 날씨  (0) 2017.05.17
풀 키워서 거름하기  (0) 201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