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사람책,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

모두 빛 2016. 10. 15. 22:09

완주에서 열리는 책잔치에 다녀왔다. ‘북적북적 페스티벌’. 잔치 가운데 하나인 사람책으로 아내가 참여하면서 나 역시 함께 갔다.

 

사람책은 말 그대로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 여러 사람이 책이 되어 독자와 만나는 자리다. 이 날은 열 사람이 사람책으로 나왔다. 아내를 포함하여 음악인, 남자 간호사, 세무사, 뮤지컬 배우, 방송작가, 시낭송가...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인 로니 에버겔은 말한다.

모든 사회에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버겔이 말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줄이기 위한 사람책보다는 해당 분야 전문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자리에 가깝다.

 

이번 행사 역시 사람책인 열 사람을 전체 앞에서 간단히 소개한 다음, 넓은 야외에서 각 사람책마다 원하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 나는 보고 싶은 사람책이 여럿이었지만 한번에 한 사람만 가능하기에 시낭송 자리에 함께 했다. 한 테이블에 7사람 내외.

 

말로만 듣던 사람책을 함께 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촉박했던 것 같다. 30분 남짓. 사람책이 이야기를 거의 다 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아쉽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사람책을 경험한 건 신선했다. 언제가 내가 사람책을 기획하고 꾸릴 기회가 된다면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나 할까. 창립자의 뜻도 살리면서 전문성도 배울 수 있는 그런 자리가 가장 바람직하리라. 그러자면 사람책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참여하는 독자 역시 사람책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할 거 같다.


또한 30분이란 시간도 자칫 수박 겉핥기가 되기 딱 좋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짚어보는 정도로는 그리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귀농, 참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실제 돈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많은 부분이 쉬운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게 다 맞는 말이 아니다. ‘귀농, 참 좋다.’ 이 역시 또 하나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그러다보면 이야기가 길어질 밖에. 최소한 한 시간은 필요할 듯. 이래저래 사람책은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