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모임이 잦다. 딱히 연말이어서만은 아니다. 이런 저런 관심 분야에 따라 모임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처음 이 곳으로 올 때는 겨울이 길어, 겨울에는 좀 늘어지게 놀자했는데...이젠 도시 살 때보다 더 바빠졌다. 근데 대부분 억지로 해야 하는 모임보다 내가 원하는 모임이다.
모임 갈래를 보면 농사, 인문학, 생태, 마음공부, 마을, 영상...장소도 다양하다. 영상 모임은 집안 식구끼리 하는 모임이다. 식구가 함께 만들고 싶은 영상 주제를 정하고, 사진을 찍고 배치하며, 영상마다 지문을 넣고, 음악을 깔고, 영어로 번역을 하고, 전문가 감수를 받고...그러다 보니 자주 머리를 맞대고 조정해간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마치 어떤 때는 우리 식구가 기업체 하나를 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족 모임은 상당히 생산적이다. 그 누구도 하지 않던 일이라 매우 창조적이다. 이 과정에서 식구끼리 소통하고 또 새로운 걸 익히는 즐거움도 크다.
마을 모임은 우리 마을이 내년 봄이면 마을 회관을 짓게 되는 데 이와 관련해서 이웃들끼리 뜻을 모아야한다. 그동안 각자들 바빠 자주 못 보던 이웃들을 가끔 보는 기회가 된다.
농사 모임은 전국 규모다. 그래서 자주 보긴 어렵지만 감투를 쓴 덕에 가끔은 길을 나서야한다. 단순히 농사 모임이 아니라 농업에 교육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가 주된 과제이다 보니 교육위원이란 감투를 쓰게 되었다.
인문학 모임은 지역에서 한 달에 한번 꼴이지만 이 역시 비중이 크다. 시골 살면서 겪는 여러 경험들을 폭넓게 나누고 고민하는 모임이다.
생태모임은 그야말로 공부 모임이다. 전문가로부터 자연과 생태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는 내가 조금 수동적이어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배운다. 열심히 배우고, 사진 찍고, 기록을 한다.
마음공부 모임 역시 필요하지만 자주 하기는 어렵다. 형편껏 매이지 않는 선에서 뜻 맞는 이웃끼리 한다.
이렇게 여러 모임을 하다 보니 사람 공부를 아무래도 많이 하게 된다. 사람마다 고유한 삶이 있다. 여러 사람을 만난다는 건 내가 겪지 못했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며, 영혼의 끈을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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