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라는 말보다 소리꾼이란 말이 좋다. 며칠 전, 우리 시대 소리꾼이라 할 수 있는 장사익 공연을 보았다.
시골 살면서 공연을 즐길 기회가 드물다. 괜찮은 꾼들이 시골에 잘 오지도 않을 뿐더러 오더라도 미처 모르거나 시간이 없을 때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웃들 덕에 장사익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노래 틈틈이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았지만 소리꾼 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들을 수 있어 그 영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 가운데도 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게 ‘꽃구경’이다. 여기서 말하는 꽃구경은 나이 많은 어머니를 고려장(산에다 버리는 옛풍습)하려는 은유다. 우선은 가사 한줄 한줄을 살펴보자.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허신데요
솔잎은 뿌려서 뭐 허신데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요즘도 고려장이 사라진 건 아닐 테다. 이름만 다를 뿐.
부모 뜻과 다르게 억지로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어쩌면 현대판 고려장이 아닐까 싶다.
노래를 링크한다. 관심 있으신 분들 한번 들어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EL1AQQU0M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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