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준비 하나인 장화. 시골에서는 장화 신을 일이 많다. 비가 올 때는 물론이고 무성한 풀숲을 다니다 보면 독사를 만나곤 하는데 이를 때 장화는 거의 필수에 가깝다.
물론 겨울에도 필요한 게 장화다. 겨울은 춥기에 털 장화가 안성맞춤이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은 역시나 필수인 게 털장화다.
근데 이 털 장화를 지난해 마련하고 마구 신어서인지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하나는 구멍이 난 것. 또 하나는 털로 된 내피가 자꾸 발 따라 밖으로 삐져나온다는 것.
털장화를 신고 낫질도 하고 도끼질도 했더니 어느 새 구멍이 두 어 군데나 났다. 이 장화를 신고 냇가를 건너니 물이 샌다. 이 이야기를 이웃한테 지나가듯 가볍게 했더니 정보를 하나 알려준다. 5일장에 가면 신발 때우는 분이 있다고.
구멍 난 신발을 때워 쓰다니 새삼스럽다. 요즘은 물건이 흔해서 망가지기도 전에 대부분 새로 구입하지 않는가. 그것도 비싸지도 않는 물건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근데 수리해서 쓸 수 있다니 그것도 참 좋은 방식인 거 같다. 돈도 돈이지만 쓰레기로 버리는 게 못내 마음 쓰이곤 했다. 장화는 목이 길어, 쓰레기 부피가 많이 나가고 무게도 적잖이 나간다.
구멍 난 털 장화를 가지고 장날 나갔다. 역시나 시장 한 귀퉁이에 노점을 펼치고 신발도 팔면서 신발을 고치는 아저씨가 계셨다. 알고 보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시다. 구멍 하나 때우는 데 3000원이란다. 장화를 맡기고 장을 보고 나니 다 때웠다. 내친 김에 내피가 자꾸 빠져나온다고 했더니 간단히 답을 알려주신다.
“그건 깔창을 넣으면 되요. 털 장화를 중간에 세탁을 할 수 있게 하려고 그렇게 빠지게끔 되어있거든요.”
그렇구나. 특히나 시골살이에서는 장화 속으로 곧잘 흙이나 이물질이 들어가 장화가 더러워지곤 한다. 또는 땀이 자주 차기도 할 테고. 이제부터 가끔은 내피를 빨아주어야겠다.
소아마비 아저씨 덕에 장화도 때우고 생활의 지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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