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이런 저런 강의에 대해

모두 빛 2014. 12. 5. 09:04

이번 주 내내 눈이다. 낮에는 주춤하다 밤에는 또 눈이 내린다. 낮에는 눈 치우고, 밥 해 먹고, 군불 지피는 게 중요한 일들이다. 생존 자체랄까. 그 외는 소소한 일들이다. 그동안 미루었던 옥수수 까기나 동부 꼬투리 정리, 마늘 까서 장기 갈무리...

 

틈이 나면 인터넷으로 영화나 영상을 본다. 영화는 취향이 있어, 내게 맞는 영화를 고르는 게 쉽지가 않다. 최근에 본 영화는 <언터처블 : 1%의 우정>. 제법 이야기꺼리가 많다.

 

요즘 내가 영화보다 더 관심을 갖는 분야는 영상이다. 그것도 강의 영상.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찾아 이런저런 강의를 듣는다. 근데 강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강의 기법이나 강사 태도 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내가 주로 하는 강의 주제는 몇 가지 갈래가 있다. 하나는 <벼 직파 자연재배>, 둘은 <자연에서 아이 키우기>, 마지막으로 <사람을 살리는 꽃 이야기>.

 

강의를 할 때마다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나 올해는 인문학 모임을 해왔기에 강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내 강의에만 충실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남들이 강의하는 걸 보고 들으면서 느끼게 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강의는 우선 길지 않는 게 좋은 거 같다. 웬만한 강의는 보통 두 시간이다. 근데도 많은 강사들이 그 시간을 짧게 느낀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거다. 근데 처지를 바꾸어 강의를 듣는 사람이 되니 무척 길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갖는다. 청중을 대상화하기 쉽다. 강사는 그 분야 전문가이고, 청중은 그 강의를 듣고 배워야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강의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영감을 나누며, 성장한다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기 쉽다. 실제 강의를 해 보면 청중보다 더 많이 느끼고 성장하는 건 강사 본인이다.

 

이젠 인터넷 세상이다. 더 넓은 바다. 그 곳에는 강의가 짧지만 강력한 힘을 갖는 보기가 아주 많다. 내가 즐겨보는 영상은 Ted. 한글 자막을 달아주는 사이트를 소개한다. http://www.ted.com/talks?language=ko

Ted를 우리식으로 바꾸어 방송하는 프로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 강의 하나를 링크하자면 <세바시 428회 똑똑! 이웃의 집이 도서관이 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Ys-yjCKTvcA

 

이들 강의는 15분 남짓이다. 시간이 짧으니 집중도가 높다. 한 가지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나머지 몫은 청중 것이 된다.

 

사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청중에게 스며드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만의 일상이 있고,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두 시간 강의가 주어지면 한 시간 안에 마무리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청중들이 좀 더 자유롭게 쟁점을 이야기하고 지혜를 모아가면 좋을 듯하다. 물론 이렇게 하자면 사전에 강사는 물론 실무자 그리고 청중 모두에게 미리 알려서 공감을 갖고 해야 한다.

 

강사는 강의에 익숙하고, 청중은 듣는 데 익숙한 구도를 바꾸어야한다. 훌륭한 강의란 강의를 통해 남(세상)을 바꾸기 이전에 강사 스스로를 바꾸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