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쉼을 주는 가을비

모두 빛 2014. 10. 20. 13:47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낙엽이 떨어지고 떨어진 낙엽이 촉촉이 젖는다.

 

사실 지난 한 주, 조금 무리했다. 아주 바쁜 한 주였다. 가을걷이에 손님 치루기까지. 특히나 주말이 더없이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하기보다 온몸이 뻐근하다. 몸놀림이 어색할 정도. 바삐 일할 때는 모르다가 느긋하게 일어나, 한숨 돌리니 몸이 제대로 반응을 하나 보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가을햇살에 타고 손바닥은 까실까실 거칠다.

 

시골은 주말이 따로 없다.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사실 비올 때도 제대로 쉬는 건 아니다. 일이 널린 게 시골 아닌가. 풋콩도 까야하고, 토란대도 말릴 준비하고, 깍두기도 담고, 씨앗도 짬짬이 갈무리하고, 데쳐서 말려놓은 밤도 까야하고...여기다가 그동안 미루어둔 사진 정리와 원고 마감....

 

하지만 온몸을 쓰는 일만은 쉰다. 창고나 집안에 앉아 수다 떨면서 시나브로 하는 일이란 쉼에 가깝다. 마냥 뭉개기보다 적당히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은가.

 

이번 비는 조금 길게 그리고 많이 온단다. 여러 모로 고맙고 반갑다. 마음까지 촉촉이 젖는다. 가을비는 쉼이다.